(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미국 로스앤젤레스 도심에 때아닌 장사진이 펼쳐졌다. 지역 방송 KTLA는 17일 오전 로스앤젤레스 시내 스포츠아레나 일대에 무려 3천여명이 새벽부터 줄을 선 광경을 방송했다. 상당수는 전날 밤부터 이곳에서 노숙을 하면서 기다렸다.


'케어나우'라는 봉사 단체가 제공하는 무료 의료 서비스를 받으려는 사람들이었다. '케어나우'는 심장내과, 소아과, 치과 등 전문의들로 구성된 진료팀을 구성해 20일부터 23일까지 사흘 동안 스포츠아레나에서 무료 진료를 할 예정이다.


줄을 선 사람들은 하나같이 돈이 없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불법 체류자나 저소득층이었다. 세계 제일 경제 대국 미국에서 저개발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 펼쳐진 셈이다.


불법 체류자인 세르히오 이달고(36)는 KTLA와 인터뷰에서 "나와 아내, 두 딸이 모두 치과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돈이 없어 미루고 있었다"고 말했다. 1년 반 전에 실업자가 됐다는 이달고는 딸 하나는 이에 구멍이 났고 아내는 이가 모두 썩어서 몹시 아프다고 호소했다.


노숙자인 피터 몬테스(59)는 8년 동안 치과 진료를 받아보지 못했다면서 무료 진료 기회를 잡으려고 전날 밤부터 줄을 섰다고 말했다.


간호학을 배우고 있는 학생 카리나 텐치(27)는 몇년 동안 경련에 시달리고 있어 캘리포니아주립대 병원 응급실에 갔지만 전문의를 만날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무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손목 밴드를 나눠준 '케어나우'는 하루 1천200명씩, 사흘 동안 모두 3천600명을 진료할 계획이다.


'케어나우' 돈 마넬리 회장은 "기본적인 진료를 받으려고 이렇게 줄을 설 필요는 없었다"면서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자청하는 사람도 많고 돕겠다는 단체도 많아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