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14년 전 발생한 '이태원 햄버거 가게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아더 패터슨이 미국에서 한국 송환을 위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앞으로 남은 절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가장 큰 산은 미국 법원이 용의자에 대해 송환 결정을 내리는 일이다. 패터슨은 우리 법무부의 범죄인 인도 요청에 따라 지난 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현지 수사기관에 체포돼 현재 연방법원 캘리포니아주 지원에서 송환 여부를 결정하는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패터슨이 재판 결과에 항소만 하지 않는다면 1심 재판으로 최종 송환이 결정된다.
하지만 1심 재판 결과가 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우리 수사당국이 당장 패터슨의 신병을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미국은 재판기일이 우리보다 길다. 형사 재판인 경우 다음 기일을 6개월, 1년 단위씩 잡는 경우도 있다"며 "1심 결정이 나는 데만 2∼3년이 걸린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물 김경준씨도 2004년 5월 미국에서 붙잡혔지만 국내에는 3년6개월이 지난 2007년 11월에야 송환됐다.
패터슨이 항소하거나 송환 명령에 대해 별도의 인신보호청원 등 권리구제 절차를 밟으면 송환 시기는 더 늦춰질 수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미국은 인도 명령에 이의제기할 수 있는 제도가 많다"며 "인신보호청원 절차도 3심까지 있어 송환일정은 누구도 장담 못한다"고 말했다.
미국 법원이 패터슨에 대해 최종 송환 결정을 내려도 미국 국무부 장관의 승인이라는 마지막 절차가 남아있다. 이 단계까지 마무리돼야 국내 수사 당국이 신병 인수팀을 꾸려 미국 현지공항에서 신병을 인수할 수 있다.
우리 수사팀은 용의자의 신병을 인도받으러 갈 때 체포영장이나 사전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하게 된다. 패터슨의 신병이 국내에 도착하면 사법당국은 곧바로 그에 대해 출국정지 조치를 하고 이 사건 재수사에 들어가게 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공소시효 완료 문제에 대해서는 법무부와 검찰이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패터슨이 1999년 당시 출국정지 연장 기간이 끝난 틈을 타 미국으로 도주한 자체가 처벌을 피할 목적이었음을 보여준다는 판단이다. 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국외 도피한 경우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처벌을 피할 목적이었는지는 본인 주장이 아니라 도주 전후 과정이나 경위 등 객관적인 상황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도 "공소시효 정지는 법리적 판단"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