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동성애자들의 군복무가 허용된 데 이어 군목들의 동성결혼식 집례 또한 가능해진 가운데 복음주의 군목들이 이를 거부한다는 뜻을 밝히고 나섰다.


지난 달 20일, 18년간 시행돼 왔던 ‘묻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DADT: Don't Ask, Don't Tell’ 정책을 폐기하는 법안이 발효되면서, 미군은 자신의 성적 지향을 공개한 동성애자들을 받아들이게 됐다.


이어 국방부는 군목들이 ‘모든’ 사적인 의식을 집례하는 것을 인정한다는 내용의 비망록을 발표, 사실상 군목들이 동성결혼식을 집례하는 것을 허가했다.


동시에 군 교회를 비롯한 군 내 시설에서 이같은 의식을 집례할 수도 있게 해 앞으로 군목들에 의해서 군대 안에서 동성결혼식이 이뤄지는 것도 가능해졌다.


이에 미군 내 2천여 군목들을 대표하는 종교자유를위한군목연합(Chaplain Alliance for Religious Liberty)은 이에 대한 거부의 뜻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내 전체 군목 수는 5천여명이다.


론 크루즈(Crews) 총무는 성명에서 “비록 비망록이 동성결혼식 집례를 거부할 권리도 보장하고 있지만 자신의 종교적 도덕적 신념에 따라 동성애는 죄라고 가르치며 따라서 동성결혼에도 반대하는 일부 군목들에 대한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군 내 시설에서 동성결혼식을 허용한 데 대해서도, “연방법과 대부분의 미국민이 반대하는 동성결혼식을 위해서 연방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함으로써 국방부는 남편과 아내라는 사회의 기반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내용은 지금과 같은 전쟁 중에 군을 논란의 소지가 큰 문제 한 가운데 놓이게 할 수 있다”고도 우려를 표시했다.


DADT 폐기 법안은 지난 해 의회를 통과한 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을 받았지만. 이 정책 폐기 후에도 국방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군 지도부의 인증이 지연되면서 시행되지 못하다 지난 7월 인증이 이뤄지면서 발효를 위해 요구됐던 모든 조건들을 충족시키게 됐다.


미군 내 복음주의 군목들과 복음주의 가정운동 단체들은 DADT 폐기에 반대해 왔으나 결국 이를 막지 못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DADT 폐기를 동성애자 인권 개선이라는 대선 당시 공약의 이행으로 강조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동성애자 차별 철폐를 위한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복음주의 진영은 DADT 폐기 이후 오바마 정부의 목표가 헌법상 결혼을 한 남성과 여성 간으로 정의하고 있는 1996년 연방결혼보호법(DOMA: Defense of Marriage Act) 철폐가 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