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레스토랑 평가책자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한식당으로는 처음으로 '별 등급'을 받은 뉴욕 맨해튼 `단지'의 쉐프 겸 오너 김훈이씨는 6일 "한식 세계화는 가능성 보다는 당연히 그렇게 되는 `필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식당이 맛있고 사람들이 좋아하는데 그게 한식이면 당연히 팬이 생기게 마련"이라며 "언젠가는 한식이 글로벌 음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벤트성으로는 한계가 있다. 선전이나 광고는 호기심을 줄 수 있겠지만 결코 팬은 생기지 않는다"며 "음식이 유명해지려면 조그만 식당 한두곳에서 시작해 서서히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는 것이지 선전으로는 안된다"며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이벤트 위주의 한식 세계화 사업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에 대한 해법으로 "정부 차원에서 음식을 잘하는 쉐프를 해외에 많이 내보내거나 한식을 요리하는 외국인 쉐프를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맛있는 식당이 생기고 유명세를 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너무 급하게 하지말고 인내해야 한다"며 저변을 두루 다져가는 방식의 접근법을 거듭 주문했다.


다음은 김씨와의 문답.


▲한식당으로는 처음으로 미슐랭의 별 등급을 받았는데


--이틀전 전화를 받았다. 미슐랭의 편집국장인데 우리에게 별 등급을 주게 돼서 영광이라고 하더라. 이름을 물으니 정책상 공개할 수 없다고 해서 진짜 미슐랭이구나 생각했다.


▲`단지'의 전문 음식은.


--어디선가 퓨전 한식당이라고 썼던데 사실은 전통 한국음식을 판다. 골뱅이 무침과 육회, 보쌈, 고추파전, 잡채, 안창살 구이, 파무침, 갈비찜, 부대찌개, 은대구 조림 등이다.


가격대는 보통 10∼16달러 정도이고 제일 비싼 보쌈이 18달러다. 양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뉴요커들은 푸짐한 것보다는 한둘이 와서 여러가지 음식을 골고루 맛보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한식의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잘 모르겠다. 등급 받으려고 한 것도 아니고 선전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다. 사실 쉐프 친구들이 많은데 그들이 한식 먹고 싶어할 때 마땅히 데려갈 만한 곳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 친구들, 미식가들을 위해 자긍심 차원에서 이 식당을 하게 됐다.


▲한식의 세계화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가능성이 있느냐 보다는 반드시 그렇게 된다. 다만 시간이 필요하다. 뉴욕에 한국인 쉐프가 많은데 이들이 모두 외국 요리를 한다. 유명식당에 가면 보통 두세명이 있는데 이들이 식당을 나와서는 한국요리 안한다. 이런 사람들이 한국요리를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식당이 있고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데 그게 한식이면 세계화가 된다.


▲정부 차원에서 많은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우리도 그런 행사를 도우려 한다. 하지만 우리가 가보면 이곳에서 A급인 음식이 그곳에서는 C급이 되고 만다. 음식 맛이 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행사는 호기심은 주지만 `맛'에 대한 팬을 만들지는 못한다. 그것은 식당만 할 수 있는 영역이다.


10년 전 세계 최고였던 프랑스 요리가 지금은 스페인에 자리를 내줬다. 스페인 정부가 주방장을 해외에 많이 내보내고 외국인 주방장들을 도와준게 비결이었다.


▲서양인이 좋아하는 한식은.


--음식의 종류가 문제가 아니고 그냥 맛있게 잘 만들면 된다. 고기와 야채를 좋아하는 것은 한국인이나 외국인이나 다르지 않다. 다만 좋은 재료를 쓰면 손님들의 신뢰가 커진다.(단지의 메뉴에는 고기와 야채가 어느 농장에서 가져온 것인지에 대한 원산지 표시가 제대로 돼 있었다) 우리 집에서는 골뱅이 무침과 보쌈, 불고기 샌드위치 등이 비교적 잘 나가는 편이다.


▲매출은 어느정도 되나


--일주일에 3만달러 정도다.


▲포부가 있다면


--글쎄. 사실 4월까지는 지금 이 상태가 포부였다.(김씨는 작년 12월 오픈해 처음 넉달간은 돈을 벌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 사람들은 집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맛있다고 얘기한다. 또 다른 꿈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다음 꿈을 정한다면, 한국 음식이 이렇게 맛있다는 기대가 있으니까 그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잡겠다. 그 이후는 그때까서 생각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