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지난 2008년 12월23일. 비번이었던 A경위는 오전 6시께 집을 나와 강원랜드 카지노로 향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카라 등을 즐기던 A경위는 어느새 출근 시간(24일 오전 8시)이 다가온 것을 깨달았다.


미련을 버리지 못한 A경위는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몸이 아프다"며 허위로 병가를 냈고, 또다시 카지노에서 게임을 즐기다 다음날인 25일 오전 4시54분께에야 카지노를 나왔다. 이후로도 A경위는 3번 더 허위 병가를 내고 카지노로 달려갔다.


감사원이 5일 공개한 `카지노 상습도박' 공직자들은 A씨처럼 병가를 내거나 출장을 간다고 허위 보고를 한 뒤 카지노로 향했다. 아예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불법 도박을 단속해야 할 경찰관뿐 아니라 검찰 수사관, 서울대를 비롯한 국립대 교수들, 초ㆍ중ㆍ고교 교장과 교사들도 무더기로 감사원에 적발됐다. 특히 소방ㆍ가스 등 안전관리분야 근무자 11명도 적게는 4차례에서 많게는 79차례나 근무지 등을 무단 이탈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난재해 대비에 허점을 드러낸 셈이다.


실제로 방화관리 기초조사를 위해 관내 출장을 나간 경기 모 소방서 119안전센터 근무자 B씨는 출장지를 무단이탈, 밤새 카지노에서 룰렛 등을 했고, 이후에는 입원 치료한다며 10일간 병가를 내고 이 중 5일은 카지노에서 보내기도 했다.


타의 모범을 보여야 할 교육공무원들도 카지노의 유혹 앞에서는 예외가 없었다. 충주대 교수 C씨는 지난 2009년 4월 학과 조교에게 강의를 대신 하도록 지시한 뒤 출근도 안 하고 카지노 게임에 매달렸고 같은 해 9월에는 게임을 하다 조교에게 휴강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강원도 모 고교 교장은 대전 전국체전 참관차 출장을 가기로 해놓고 출장지 대신 강원랜드 카지노로 직행해 슬롯머신 게임을 했고, 강원교육청 소속 교감 등 교사 20여명도 학교장 허가 없이 무단으로 카지노를 찾았다.


학생생활지도 업무를 맡고 있는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정작 본인은 37차례에 걸쳐 근무시간 중에 학교를 빠져나와 밤새 강원랜드에서 바카라와 블랙잭을 했다.


지방 출장은 사실상 복무 관리의 사각지대였다. 국민권익위원회 직원은 지난 2008년 6월 애초 1박2일 일정이었던 경북 지역의 민원조사 출장을 하루 만에 끝낸 뒤 복귀하지 않고 택시를 타고 강원도 정선으로 이동, 카지노에서 게임을 즐겼다.


농산물품질관리법 위반 피의사건의 수사 지원차 출장에 나섰던 국립농산품질관리원 소속 E씨의 경우 출장지를 빠져나와 4시간가량 카지노에서 게임을 하는 등 1년6개월여간 26차례나 출장지를 무단 이탈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법인카드로 속칭 `카드깡'까지 해가며 상습 도박을 한 공정거래위원회 차관보급 공무원(파면 및 검찰 고발)을 비롯한 100명에 대해 소속 기관장에게 징계를 요구하고 188명의 비위 사실을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