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이탈리아에서 룸메이트를 살해한 혐의로 복역 중이던 미국인 아만다 녹스(24)가 3일(현지시간)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사건의 미스터리가 여전히 풀리지 않아 녹스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경찰의 수사 실패와 녹스 측의 과도한 '언론 플레이'에 대한 비판 여론도 고조되고 있다. 사건 전개 과정에서 '악녀', '여우 같은 파티걸' 또는 '희생양' 등으로 묘사되며 대중의 시선을 한몸에 받은 녹스는 저술과 출연 계약이 쇄도하면서 이미 '돈방석'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 욕망으로 가득한 악녀인가, 순진한 이웃집 소녀인가 = 4년에 걸친 재판 과정에서 대중의 관심은 녹스가 도대체 어떤 인물인가 하는 것이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녹스를 푸른 눈에 천사같은 외모와 달리 파티에서 마약을 즐기고 성생활이 난잡한 "악마적 영혼"을 가진 20대 여성으로 묘사했다.
경찰의 수사 결과대로라면 녹스는 변태적 쾌락을 위해 룸메이트를 잔혹하게 살해한 냉혈한 그 자체였다. 타블로이드 매체의 선정적 보도도 '여우 같은 녹스(Foxy Knoxy)'의 이미지를 퍼뜨리는 데 일조했다.
반면 가족들은 녹스가 정이 많고 활동적일 뿐 아니라 희생자인 메레디스 커처와 친하게 지냈다고 주장했고, 고향 친구들도 미디어가 이미지를 왜곡했다며 녹스를 변호했다.
◇ "美 미디어에 사법정의 훼손" = 이탈리아 현지에서는 사법당국의 실수를 비판하거나 미국 미디어의 과도한 보도로 인해 법적 절차와 정의가 훼손당했다는 불만 여론도 고조되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가 3일 보도했다.
미녀 유학생과 마약 파티, 섹스, 살인 등 선정적 소재가 망라된 이 사건은 처음부터 영미권 미디어에 초미의 관심사였다. 미 방송은 녹스를 소재로 한 영화를 방영했고, 주요 언론도 녹스의 입장에서 사건의 전개 과정을 집요하게 추적했다.
미디어와 대중의 과도한 관심으로 인해 재판에서 정의가 실현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재판정 밖에서는 판결을 환영 또는 반대하는 군중이 각각 "승리"와 "수치"를 연호했다.
경찰은 증거 처리를 잘 못해 DNA 검사 결과가 오염됐을 가능성을 초래했고, 이는 판결이 뒤집히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커처의 유족은 판결 후 기자들에게 "1심 판결이 이처럼 극단적으로 뒤집히다니 이해를 못하겠다"며 "여전히 이탈리아 사법체계를 신뢰하고, 결국에는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반면 미 국무부의 빅토리아 눌런드 대변인은 "미국은 이탈리아 사법체계 안에서 이 문제가 주의 깊게 검토된 데 대해 감사한다"며 이번 판결을 환영했다.
녹스는 판결 약 2시간만에 페루지아 외곽의 교도소를 떠났으며 4일 중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그는 이탈리아 내 지지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나와 고통을 함께하고 내가 살아갈 수 있도록 희망을 준 이들에게 감사한다"고 사의를 전했다.
◇ 풀려난 녹스 '돈방석'에 = 이번 판결로 풀려난 녹스는 각종 방송 출연과 집필 계약 요청이 쇄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지 메일은 미국의 방송사 3곳이 최초 인터뷰를 대가로 녹스에게 100만달러를 제시했다고 보도하고, 한 방송사가 녹스와 가족들에게 전세기까지 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이탈리아 현지 언론을 인용해 전했다.
녹스의 이야기는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며, 영국 제작진도 영화화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스의 홍보 대행업체는 전세계 언론으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