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연합뉴스) 미국 남부에서 한국인 태권도 사범이 민주당 후보로 공천받아 시장 선거에 나섰다. 화제의 주인공은 노스캐롤라이나 주도 롤리에서 태권도장 `블랙 벨트 월드'를 운영하는 이준혁(영어명 준 리, 49) 사범. 지난달 29일 나잇데일 시당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후보 공천이 확정돼 오는 11월 선거에 나서게 됐다.


상대 공화당 후보는 러셀 킬런 현직 시장이다. 나잇데일은 롤리 동쪽에 위치한 위성 도시로, 지난해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도시로 선정될 정도로 주민의 소득 수준이 높은 전형적인 중산층 지역이다.


특히 한국 등 아시아계 이민자는 전체 주민 3만명 가운데 1%도 되지 않는 곳이어서 이 사범의 시장직 도전은 `뉴스옵서버' 등 현지 언론들이 `아메리칸 드림'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1962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시립대 무역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이던 82년 미국으로 건너와 버지니아주 조지메이슨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롤리에 정착한 이후 25년간 태권도장을 운영해오면서 `아프리카에 학교 지어주기' 등 각종 봉사활동을 펼쳐 지역에서 명망을 쌓았다. 2008년 미국 대선 때 롤리가 속한 인구 100만명의 웨이크 카운티의 동부지역 선거운동본부장을 지냈고 올 2월에는 아시아계 최초로 나잇데일 상공회의소 의장으로 선출됐다.


지난 4월 시장후보 출마를 선언할 때만 해도 당선 가능성은 10%에 불과했으나 단돈 25달러로 태권도 사업을 시작한 파란만장한 그의 인생 역정이 주민들에게 감동으로 전해지면서 지지도가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이제 이 사범 자신도 "6대 4로 우세해졌다"고 분석할 만큼 판세가 긍적적이 되면서 비상이 걸린 킬런 시장 측이 흑색선전에 나서는 등 공화당의 반격이 강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시장 편에 선 한 흑인 여성이 "인종차별 때문에 태권도장을 그만뒀다"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 사범은 29일 "나무가 크면 바람을 많이 타게 되지만 그만큼 뿌리는 튼튼해지는 법"이라며 "앞으로 이런 일이 많이 생길 테지만 긍정적으로 여기고 헤쳐나가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그는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이후 줄곧 도전하는 삶을 살아왔다"며 "이번에도 잘 이겨내서 한국인의 저력, 태권도인의 끈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