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교도소 간부들이 우편물을 훔쳤다고 지목한 한 죄수는 벌거벗은 상태로 복도를 기어다녀야 했다. 당시 간부들은 스페인어로 그를 동성애자라며 놀려댔다고 한다.


한 전직 재소자는 간부들이 정신병을 앓는 재소자를 괴롭히는데 항의하는 자신을 독방으로 데려가 벽에다 머리를 수차례 부딪히는 등 집중적인 구타를 당했다고 고발했다. 교도관들이 구타로 쓰러져 의식을 잃은 재소자까지 마구잡이로 폭행하는 장면을 봤다는 목사의 목격담도 나왔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이 28일 로스앤젤레스(LA) 연방지방법원에 제출할 보고서에서 밝힌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교도소에서 자행된 인권유린 실태의 일부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인권운동가와 변호사, 전직 경찰관 등을 인용해 이같은 사례가 빙산의 일각이라며 미국 최대 규모인 로스앤젤레스의 교정시설이 인권 부문에서 최악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연방수사국(FBI) 출신으로 시민자유연맹 로스앤젤레스 지부를 이끌고 있는 톰 파커씨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교도소의 인권유린 실태는 너무도 고질적이고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곳에서는 재소자들의 불만사례가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어떤 경우보다도 많다"고 혀를 내둘렀다.


로드니 킹 구타 사건과 로스앤젤레스 경찰국의 부패 의혹에 대한 시민자유연맹의 조사를 주도했던 그는 "교도관들은 죄수들을 학대하고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며 "더욱 기가 차는 것은 앞으로 계속 그렇게 해도 된다는 그들의 잘못된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교도소의 인권유린이나 열악한 환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자유연맹은 35년 전에도 이 문제로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 교도소 내에 모니터 요원을 둘 수 있도록 하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런데 이들 모니터 요원에 따르면 지금도 매주 6∼7건의 불만사례가 접수된다. 또 재소자들의 불만은 대개 다운타운에 있는 남자 중앙 교도소와 트윈타워 교도소에서 발생한다.


교도소의 총책임자인 리 베카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경찰국장은 그동안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한 조사를 벌였지만 사실로 확인된 경우는 한건도 없었다며 교도소에서 구조적인 인권침해 사례는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지난 25일에는 FBI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경찰국이 운영하는 교도소에 정보원을 심어놓고 교도관의 비리를 캐낸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경찰국이 최근 재소자 한명이 휴대전화를 통해 FBI에 교도소 내부 상황을 보고한 사실을 밝혀냈다는 것이다.


베카 국장 측은 법무부가 26일 진상조사를 통해 의혹 대부분이 실체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지만 ACLU는 이날 연방법원의 철저한 조사와 베카 국장의 사퇴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