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교회 이동원 원로목사와 진재혁 담임목사는 ‘릴레이 설교’, ‘함께하는 목회’ 등 아름다운 동역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다. 이동원 목사의 목회를 계승·발전하고 있는 진재혁 목사가 현재 집중하고 있는 것은, 성도들과 소통하고 함께 일하는 동역자들과 교제를 나누는 것이라고 한다.


‘시리즈 설교’로 풍성한 영적 묵상과 주제의 구체화


▲지구촌교회 진재혁 담임목사. 그는 성도에게 먼저 다가가는 ‘관계 중심의 목회’를 펼친다.

관계 중심의 목회를 하는 그는, 성도에게 설교할 때 신비하고 엄중하게 선포하기보다, 넌지시 충고와 권면을 하는 쪽에 가깝다. 진 목사는 주로 ‘본문 시리즈 설교’, ‘시리즈 설교’를 통해 성도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본문 시리즈 설교’를 예로 들면 지난 7~8월 내내 봤던 야고보서는 ‘믿음의 시험을 인내로 온전히 이루라’는 메세지가 담긴 장이므로 ‘야고보 사도가 누구인가’, ‘시련이 성숙을 낳을 수 있는가’, ‘시련 속에서 왜 기뻐할 수 없는가’, ‘인간관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믿음이 살아있는가’, ‘말의 영향력’ 등에 대해 설교했다. 성도들이 힘들어하는 ‘시련’, ‘인간관계’, ‘정체된 신앙생활’, ‘말로 인한 분쟁’ 등 비슷한 주제를 세분화해 갈수록 깊은 묵상을 낳도록 했다.


‘시리즈 설교’는 하나의 키워드를 시리즈로 설교하는 방식이다. 지난 봄에는 ‘기적’을 주제로 ‘기도의 기적’, ‘말씀의 기적’, ‘예배의 기적’, ‘섬김의 기적’, ‘십일조의 기적’, ‘순종의 기적’, ‘부활의 기적’등 신·구약을 통틀어 기적에 관한 모든 사건을 묶어 매주 전했고, 이를 통해 ‘기적’이 우리에게 어떤 식으로 다가오는지 구체적인 시각을 열어줬다. 이러한 시리즈 설교는 1년 전부터 계획해 8~12주에 걸쳐 전한다고 한다.


진재혁 목사는 심방과 교제를 통해 성도들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 설교 준비의 한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는 “교인들과 가깝게 지내는 것이 설교 준비에도 장점으로 작용한다”며 “하나님 말씀(Text)을 현재 상황(Context)에 가져가기 위해서는 둘 다 깊이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 문화와 성도들의 삶을 이해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대형교회는 흔히 부교역자들도 많고, 설교자의 강단도 멀리 떨어져 있어 담임목사와 교인들간의 긴밀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진재혁 목사는 ‘교인들의 삶이 어디에 있는가’를 중시하기에 1주일에 3~4번은 성도들 심방을 하고 있다.


그가 주력하는 대표적 사역 중 하나는 미취학 아동부터 장년까지 동일한 본문으로 큐티를 하는 것인데, 부모와 자녀가 같은 본문으로 말씀을 묵상하고 공감대를 형성·소통한다는 장점이 있다. 또 그는 대개 부교역자들이 담당하는 아동부서에서도 직접 설교를 전하기도 해, 교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이밖에 그는 가능한 한 식사 때마다 성도와 식탁교제를 하며, 복도나 엘리베이터에서 교인들과 마주치는 순간도 놓치지 않고 먼저 친근하게 다가간다. 그는 “교인들을 만나는 순간만큼은 모든 걸 내려놓는 여유(Slow Down)를 가진다”고 말한다.


그는 또한 ‘본문에 충실한 설교’를 추구한다. 그는 “하나님이 의도하심을 본문 속에서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가 가장 중요하고, 십자가의 삶을 적용시킬 줄 알아야 한다. 말씀을 듣고 은혜를 받아 기억이 되면서, 마음에 동기 혹은 결단이 서서 주님에게 붙들리는 수준까지 되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성도의 눈높이와 요구에 맞추기 위해 다양한 방법과 변화로 말씀을 전달하고자 하고 있다. 그는 “한 가지 설교스타일만 하면 편하지만 제한된 느낌을 받는다. 흔히 3대지(three points) 강해설교를 하지만, 본문 밖으로 더 나가서 성도들의 상황에 맞춰주며, 전달방법 면에서 변화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많은 카페를 보면 그 안에 대부분 여성들이 모여 앉아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그걸 보면서 ‘저 자매들이 나누는 대화의 주제가 모두 성경 이야기라면 얼마나 좋을까’ ‘교회 예배가 끝난 후 커피를 마시며 편안한 대화를 이어간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생각해낸 것이 ‘향기로운 수요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마리아의 향유옥합의 향기가 되자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여성들의 눈높이에 맞는 주제를 정해 이야기식으로 전개해나가는 ‘향수’(향기로운 수요일) 예배는, 여성들이 가까운 친구를 초청해 편하게 드리는 ‘테마예배’로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3000여명의 여성들이 몰릴 정도였다.


그는 “‘여성이 기뻐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백화점에서 나눠주는 샘플 향수를 각 성도들의 의자 밑에 붙여두었다가 선물했다”며 “사소하지만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그 자체만으로 감동해 큰 행복감을 느끼게 해준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남성은 논리적인 설교에 은혜를 받지만, 여성은 논리적이지 않고 문맥을 뛰어넘어도 이야기만 있다면 충분히 은혜를 받는다는 특징이 있다”며 “‘감성’이 있는 영성으로 예배를 드려, 같은 메시지라도 상황과 대상에 따라 유연한 방식으로 변환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밖에 젊은층이 하나님을 만나게 하고자 ‘Power Wednesday’도 진행한다. 이 시간에는 대학·청년부가 잠재된 에너지를 찬양으로 마음껏 표출한다.


조화로운 리더십


진재혁 목사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미국으로 건너갔고, 북미 한인침례교회 뉴비전교회를 크게 성장시킨 이력이 있다. 덕분에 목사와 성도간의 벽이 없는 미국의 교회 문화를 이해했고, 풀러신학대학원에서 리더십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면서 조화로운 리더십을 연구했다.


▲지구촌교회 진재혁 담임목사. 그는 성도에게 먼저 다가가는 ‘관계 중심의 목회’를 펼친다.

그에게 조화로운 리더십의 핵심은 ‘사랑하고 싶은 마음, 섬기고 싶은 마음’이다. 그는 “관심을 가지면 관찰을 하게 되고 도울 수 있다. 내 중심이 아닌 섬기는 마음으로 사랑한다면, 누구나 조화로운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에서의 선교 경험은 그의 설교와 목회철학에 또다른 토대를 만들어줬다. 그는 현지 신학생들에게 목회와 신학을 가르치면서 ‘삶을 나눠야겠다’고 느꼈다. 그는 “에너지 소모가 많이 되는 사역지였지만, 삶을 함께 나누니 설교 강해에 실제적인 주제가 잡혔다. 그러면서 개척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주셔서, 교회 개척을 하고 2년을 더 머물러 있었다. 이런 경험이 사람을 가까이 하는 훈련이 됐다”고 했다.


목회자가 선하고 착하다고 해도 교회가 성장하지 못하면, 그를 따르지 않는 성도들이 있을 수 있다. 때문에 진 목사는 영성과 인격, 말씀이 모두 어우러진 능력이 바로 ‘리더십’이라고 말한다.


그는 “목회가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하고, 하나님께서 내게 맡기신 영혼들의 은사가 무엇인지 깨달아 그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훈련·격려해주는 것이 목회자의 역할”이라며 “리더십을 논할 때 어떻게 하면 성도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해야 진솔한 소통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훌륭한 목사가 훌륭한 교회를 만든다. 그러나 훌륭한 목사는 훌륭한 성도가 만든다. 성도가 가장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곳에서 가지고 있는 능력을 마음껏 펼쳐내도록, 성도가 주축이 되는 교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리더십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저서 ‘리더가 죽어야 리더십이 산다’에서도 “앞으로는 성경적인 섬김에서 비롯된 ‘신카리스마’ 리더십이 대두될 것이고, 이것은 사회·경제·정치권에 들어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세상의 기업 리더들은 낮추고 나누고 섬기는 성경적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 을 배우려고 하는데, 오히려 교회 리더들은 그와 반대로 세상의 가치 중심의 리더십을 배우려고 눈을 돌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직관적인 비전과 하나님의 비전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자신의 소명과 하나님이 주신 소명이 하늘과 땅 차이듯이 말이다. 비교할 수 없는 파워가 성경 안에 있으니 이것을 훈련해 교회 내부만이 아닌 삶의 현장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