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덕 목사.

인생이라는 순례의 길을 걸어가다 보면, 이런저런 어려움들과 마주치게 됩니다. 그 가운데는 쉽게 극복할 수 없는 큰 문제들도 있습니다. 또한 어떤 경우에는 어려운 문제들이 연속해서 찾아오기도 합니다. 즉, 어떤 큰 어려운 문제로부터 겨우 빠져나와서 이제 한숨 좀 돌릴 수 있겠구나 하는 참인데, 벌써 새로운 문제가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혹은 다른 경우에는 평소 같으면 충분히 극복할 작은 어려움이라도, 여러 개가 동시에 찾아와서 허둥지둥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장 심한 것은 큰 어려움이 겹쳐서 찾아올 때입니다.

이와 같이 크고 작은 이런저런 어려움들에 직면하게 되면, 사람들은 다양한 형태의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불안도 그와 같은 반응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즉, 불안 역시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들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 가운데 하나인 것입니다. 실제로 어려움이 닥치게 되면, 어느 정도는 불안해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적당한 수준의 불안은 닥쳐온 어려움을 보다 건강하고 올바르게 극복하게 도와줍니다. 오히려 어려움이 코앞에까지 닥쳐왔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이 더 위험합니다. 즉, 건강한 사람들은 위기를 만나게 되면, 적정한 수준으로 긴장을 하면서, 그에 대한 합당한 대책을 세우게 됩니다.

다윗은 골리앗을 무찌른 후, 치솟는 인기로 인해 사울의 질투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후 다윗은 약 10년 동안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사울의 위협을 피해서 정처 없이 도망 다니게 됩니다. 한번은 사울이 보낸 사람들이 다윗을 잡으려고 집 주변에 매복하고 기다리기도 하였습니다. 자신의 목숨이 걸려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시편 59편을 보면 당시 다윗의 심정이 느껴집니다. 다윗은 자신의 생명이 위협받는 극한 상황에서 하나님 앞에 자신의 마음을 토로하며 이렇게 기도하였습니다.

“나의 하나님이여 나의 원수에게서 나를 건지시고 일어나 치려는 자에게서 나를 높이 드소서 악을 행하는 자에게서 나를 건지시고 피 흘리기를 즐기는 자에게서 나를 구원하소서”(시 59:1-2).

현재 다윗의 집 주변에는 “원수” 사울이 보낸 자객들이 숨어있습니다. 그것도 많은 숫자로 모여서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처해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위기는 다윗이 어떤 잘못을 저질러서 찾아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즉, 국가의 법을 어긴 것도 아니었고, 지역 사회의 관습들을 무시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또한 하나님께 불순종해서 받는 징계는 더구나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나의 생명을 해하려고 엎드려 기다리고 강한 자들이 모여 나를 치려 하오니 여호와여 이는 나의 잘못으로 말미암음이 아니요 나의 죄로 말미암음도 아니로소이다 내가 허물이 없으나 그들이 달려와서 스스로 준비하오니...”(시 59:3-4).

그런데 만일 다윗이 이와 같은 위기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혀 불안한 마음도 없고, 위기의식도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것을 정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그와 같은 위기의 상황을 앞에 두었다면,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이 당연합니다. 오히려 위기를 위기로 느끼지 못하는 것이 비정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다윗은 이렇게 위기의식을 느끼고 하나님께 자신의 형편을 아뢰며 간구합니다.

“하나님은 나의 요새이시니 그의 힘으로 말미암아 내가 주를 바라리이다.... 나는 주의 힘을 노래하며 아침에 주의 인자하심을 높이 부르오리니 주는 나의 요새이시며 나의 환난 날에 피난처심이니이다 나의 힘이시여 내가 주께 찬송하오리니 하나님은 나의 요새이시며 나를 긍휼히 여기시는 하나님이심이니이다”(시 59:9,16-17).

실제로 다윗은 아내 미갈의 도움으로 지혜롭게 이 위기를 벗어나게 됩니다(삼상 19:11-17). 다윗이 이런 위기를 맞이해서 만일 아무런 위기의식도 없었거나, 아니면 반대로 두려움에 완전히 압도되어서 떨고만 있었다면, 하나님께 간구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지혜로운 방책을 세우는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첫째, 위기가 찾아오면 위기의식을 가지고 불안해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물론 태초에 원죄가 없었다면, 이 세상에는 위기도 불안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원죄 사건 이후로는 이 세상에 사는 동안 이러한 것들을 완전하게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리고 둘째, 적당한 수준의 불안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에게 닥쳐온 문제들을 보다 더 긴장하고 집중해서 살펴보도록 하고, 체계적으로 그 문제들을 분석하고 적합한 대책을 세우도록 도와줍니다. 그래서 보다 더 효과적으로 문제들을 극복하도록 해줍니다. 그런 의미에서 적당한 수준에서의 불안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촉매제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과도한 불안입니다. 그것은 다음에 살펴보겠습니다.

김재덕 목사는 총신대학교(B.A.)와 연세대학교(B.A.) 및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M.Div.)을 나와, 미국 리버티대학교(Th.M., Ph.D.)에서 목회상담(Pastoral Care and Counseling)을 전공했다. 현재 리버티대학교 상담학과 교수(Assistant Professor)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