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그대는 주어진 임무를 기대한 그 이상으로 수행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5일 오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해병대 병장인 다코타 마이어(23)에게 미군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수여했다.


`군 최고사령관'으로서 오바마 대통령은 마이어 병장이 왜 이 자리에 섰는지를 자세히 소개했다. 2년전인 2009년 9월8일 아프가니스탄 쿠나르 지역 간즈갈 계곡 전투에 참가한 마이어 병장은 전사한 전우 4명의 시신을 되찾기 위해 아프간 무장세력의 총탄 속에서도 험비(수송차량)를 몰고 적진으로 돌진했다.


현장 지휘관은 당시 상황이 너무도 위험해 부대원들에게 제자리를 지킬 것을 명령했지만 마이어 병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형제들을 구해기 위해 옳다고 생각한 일을 감행했다"고 오바마 대통령은 강조했다. 오른 팔에 총상을 입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임무'를 끝까지 수행한 결과 4명의 동료장병 시신은 물론이고 궁지에 몰린 13명의 다른 동료대원과 다친 아프간 장병 13명을 구해냈다. 또 최소 8명의 적군도 사살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마이어 병장을 바라보며 "당신의 명예로운 행동으로 인해 36명이 지금 살아있다. 당신의 용기로 인해 4명의 미국 영웅들은 고국땅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치하한 뒤 그의 목에 무공훈장을 직접 걸어주었다.


생존 해병대 장병으로 이 훈장을 받은 사람은 마이어 병장이 처음이다. 생존자로 이 훈장을 받은 것으로 치면 지난해 11월 살바토르 준터(26) 하사와 지난달 르로이 페트리(32) 중사에 이어 3번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대 청년인 마이어 병장의 인간적이고 겸손하며 건실한 면모도 전했다. 무공훈장 수여사실을 대통령이 직접 알리기 위해 백악관 참모들이 그와 연락을 취하려고 했는데 그 참모는 마이어 병장의 점심시간까지 기다려야했다는 것이다. 일과시간에는 자신의 일에만 집중해야 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코다, (일과 시간 이후) 내 전화를 받아줘 정말 고맙네"라고 말하며 큰 미소를 머금었다. 행사에 참석한 참전용사들과 정부 및 군 관계자들이 일제히 박장대소했지만 마이어 병장은 꼿꼿하게 차렷 자세를 유지했다.


마이어 병장은 또 이날 훈장 수여식을 위한 의전 등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그의 '군 총사령관'(오바마 대통령)과 맥주를 한잔할 수 있는지를 타진했다고 오바마 대통령은 소개했다. 두 사람은 14일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오벌 오피스) 밖에서 맥주 한잔을 놓고 마주 앉았다.


훈장 수여식에 앞서 CNN방송 등 여러 매체와 인터뷰를 했던 마이어 병장은 "나는 영웅이 아니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이 훈장의 영광은 그날 목숨을 잃은 장병들과 전투에 참가한 장병들의 몫"이라며 "나는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전투 당시 상황을 돌이켜보는 것이 매우 괴롭다면서 "전우들이 모두 숨졌기 때문에 나는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를 의식한 듯 오바마 대통령은 "다코타, 그대가 그날의 슬픔에서 고통받고 있는 것을 잘 안다. 그리고 전우들이 숨졌기 때문에 실패라고 한다는 것도 안다"면서 "하지만 그대의 군 사령관으로서, 그리고 여기 모인 사람들과 미국민을 대표해 그대에게 당부한다. 그대가 한 일은 실패가 아니라 바로 그 반대의 위대한 일이었다"고 위로했다.


1988년 6월 켄터키주 컬럼비아에서 태어난 마이어 병장은 고향에서 고등학교 과정까지 마치고 2006년 해병대에 입대했다. 2010년 현역임무를 마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현재는 해병대 예비군으로 일하고 있다.


이번 명예훈장 수여는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4번째로, 이라크전과 아프간전 참전 군인 가운데 10번째다.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도 16일 펜타곤으로 마이어 병장을 초청, 격려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