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우리는 신을 믿는다', '하나님 아래 하나의 국가', '창조주는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창조했다' 미국에서는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글귀지만 공립학교 교실에서 이런 구호를 커다랗게 써 붙이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미국 연방 제9 순회항소법원은 학교 교실에 기독교 구호를 적은 대자보를 붙이지 못하게 한 학교 당국의 처사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고 캘리포니아주 남부 지역 언론이 14일 보도했다.


이번 판결은 샌디에이고 교육청 소속 교사 브래들리 존슨이 학교 당국을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한 2심 판결이라서 앞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고등학교 수학교사인 존슨은 20년 동안 교실에 가로 2m, 세로 60㎝ 크기의 대자보에 '우리는 신을 믿는다', '하나님 아래 하나의 국가', 그리고 '창조주는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창조했다'는 글귀를 써 붙여놓고 학생들을 가르쳤지만 2007년 웨스트뷰고등학교로 전근을 가자 교장은 글귀를 떼라고 지시했다. 교장과 학교 당국은 존슨의 글귀가 '학생들에게 특정한 관점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맞서 존슨은 학교 당국의 처사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소송을 냈다. 다른 교사들도 달라이 라마의 사진이나 흑인 민권 운동가 말콤 엑스(X)의 포스터를 붙여 놓지만 학교 당국은 문제 삼지 않았다며 '종교적 이유'로 탄압받았다고 주장했다.


1심에서는 존슨이 승소했다. 연방 판사 로저 베니테스는 학교 당국이 수정 헌법 1조가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시해 존슨은 다시 글귀를 교실에 붙일 수 있었다. 하지만 학교는 곧바로 항소했고 항소법원은 1심 판결이 '개인이 누리는 표현의 자유'와 '공무원이 공직을 수행하는 일터에서 누리는 표현의 자유'를 혼돈했다면서 만장일치로 학교 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더 나아가 교사를 비롯한 공무원은 직장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존슨이 이 사안을 연방 대법원까지 가지고 갈 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