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정당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 많은 이들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김진영 기자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기독교 정당 문제가 다시금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한국교회언론회(대표 김승동 목사)가 ‘기독교 정당, 과연 필요한가?’를 주제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기독교 정당에 대해 찬반 양측이 모두 참여해 이처럼 직접적이고 자세한 내용을 다룬 토론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14일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이번 토론회에는 찬성측 패널로는 기독자유민주당을 주도하고 있는 청교도영성훈련원 원장 전광훈 목사와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사무총장 김충립 박사, 반대측 패널로는 전 국사편찬위원장 이만열 교수와 동아일보 송평인 논설위원이 나섰다. 사회는 교회언론회의 대변인 이억주 목사가 맡았다.


기독교 정당, 과연 필요한가?


특히 기독교적 이념을 표방한 정당 활동과 기독교인들의 정치 참여 자체에 대해서는 찬반 패널들 모두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다만 그 구체적인 방법론과 현재 기독교 안팎의 상황에 대한 인식에 대해서는 패널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전광훈 목사. ⓒ김진영 기자
먼저 전광훈 목사는 “우리나라가 외적으로 많은 발전을 보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살과 저출산, 청소년 흡연 문제 등이 심각하고, 좌파 정권이 들어선 뒤 잘못된 가치관이 만연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번에 ‘안철수 교수 사건’이 반증하듯 대한국민 국민들과 한국 교계 성도들은 기존 정당과 정치를 버렸다”며 “이같은 상황만 보더라도 기독교 정당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만열 교수는 “기독교적 이념에 입각한 정당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기독’은 ‘그리스도’라는 의미인데, 기독이라는 말을 굳이 넣을 필요가 있겠는가. 잘못하면 하나님과 그리스도의 이름을 욕되게 하는, 십계명을 범하는 죄를 지을 수도 있다. 기독이라는 말을 빼고 기독교적 이념을 분명히 할 수 있는 방향으로 활동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에 전광훈 목사는 “교수님의 제안이 아주 좋게 들린다, 깊이 참고하도록 하겠다”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기독교 정당이 총 83개 있으며, 그 중 집권당이 된 사례도 여럿 있음을 들어 “정당 이름에 ‘기독’을 넣는 것이 범죄적 행위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정교분리의 원칙에 위배되지는 않는가?


헌법 20조 2항에 ‘정교분리’(正敎分離;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 원칙이 있기 때문에, 기독교 정당은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토론이 이뤄졌다.


▲이만열 박사. ⓒ김진영 기자
이만열 교수는 “원래 정교분리라는 것은 종교가 정치에 관여하는 것을 금한다기보다는, 세속 정치가 종교를 탄압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원리”라며 “그런데 보수 기독교계에서는 군사독재 하에서 정치를 비판해야 할 때는 정교분리의 원칙 속에 자신을 숨기고, 조찬기도회와 같이 정부를 두둔하고 축복하는 자리에서는 정교분리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가 설명한 정교분리 개념에 대해서 전광훈 목사와 김충립 박사도 동의를 표했다. 전 목사는 “예수님이 정당 만들었냐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예수님의 사역을 가장 정확히 확대한 사람이 바울이고, 바울을 가장 정확히 확대한 사람이 어거스틴, 어거스틴을 정확히 확대한 사람이 개혁주의 신학자들”이라며 “개혁주의 신학자들은 오히려 교회의 적극적 정치 참여를 주문하고 있다. 더 이상 (기독교 정당이) 정교분리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이만열 교수는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2012생명평화기독교행동’에 대해서는 “사회 운동으로서 하는 것으로, 기독교 정당과 같은 차원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김충립 박사도 “미국에서 선교사들이 왔을 때 일제의 핍박에서 교회를 보호하기 위해 정치 참여를 하면 안 된다고 가르쳤고, 일제도 교회를 압제했고, 군사정권 때도 정치 참여를 못 하게 해서 잘못된 인식이 뿌리 박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송평인 위원은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헌법에 이렇게 강력하게 종교와 정치를 분리해야 한다고 명시한만큼, 우리는 이것을 지켜야 한다”며 “직접적으로 기독당을 만들어 활동하는 것은 헌법의 정신이 아니다”라고 했다.


비호감 만연한 현실에서, 기독교 정당이 적절한가?


▲동아일보 송평인 논설위원. ⓒ김진영 기자
반대측 패널들은 기독교 정당에 대한 기독교 안팎의 인식에 대해서 지적했다. 송평인 위원은 “제가 보수적 교회에 다니고 있는데, 그 교회 목사님조차도 기독당을 비판하는 설교를 하셨다. 기독당이 보수적인 진영에서조차 공감을 얻지 못하고, 기독교에 대한 타종교의 공격이 강한 상황에서, 마이너한 정당으로서 존재하는 기독당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했다.


이만열 교수는 “지금 기독교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개독교’라고 비난을 받고 있는데, 이런 때에 기독교라는 이름을 내서 정치를 하겠다고 하면 국민들이나 그리스도인들이 수긍하겠는가? 더군다나 기독교 정당에 앞장서는 사람들의 도덕성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며 “거듭 말하지만 기독교라는 이름을 내세워서 교회에 망신을 주고 선교의 길을 막는 그따위 짓은 안했으면 한다”고 격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반대측은 기독교 정당이 아닌 다른 활동으로도 현 정치와 사회 등의 문제에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만열 교수는 “기독교는 사랑과 정의의 힘으로 세상 바꿀 수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며 “1200만 신자와 5만여 교회가 정당 정치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사랑과 공의를 실천한다면, 국회를 통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강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하지 않고 지구촌의 빈곤 문제나 핵 문제에 관심도 보이지 않으면서 선거 때마다 발작하듯이 정당 활동을 하겠다는 것은 순서에도 맞지 않다”고 했다.


송평인 위원도 “불교나 천주교와 달리 개신교는 개교회주의로 인해 통일된 정치적 의사를 전달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기독당이 아주 마이너한 정당으로서 존재하는 것보다, 수쿠크법을 좌절시켰을 때처럼 다양한 인맥을 통해 활동하는 것이 더 영향력은 크고 반발은 적을 것”이라고 했다.


▲김충립 박사. ⓒ김진영 기자
그러나 찬성측은 이미 지난 총선에서 약 45만 표의 지지를 받았기에 공감대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무의미하고, 지금과 같은 때일수록 오히려 기독교 정당이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충립 박사는 “기독교가 정교분리를 잘못 해석해서 사회적·정치적 사명을 다하지 않고 자꾸 이기적으로 가니 성장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 기회에 기독교가 정신을 차려서 그 의무를 다하고, 그래서 국가와 교회가 동반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전광훈 목사는 “지금 현재 여당 대표도, 야당 대표도, 대통령도 장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음적인 악법(수쿠크법)이 통과됐고, (기독교계의 반발로 무산됐지만) 또 통과시키려고 책상 밑에 넣었다가 꺼내고 있다”며 “그래서 직접 기독당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체감했다”고 했다. 전 목사는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교회 건축시 총 건축비용의 20%를 국가에 먼저 내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교회시설분담급법이 지난 총선 당시 기독당의 활약으로 폐지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는 2시간여에 걸쳐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으나, 특별한 결론을 도출하기보다 찬반 양측의 입장과 견해를 확인하는 데 의미를 뒀다. 사회를 맡은 이억주 목사는 “기독당에 대해서, 이미 떠난 것인데 멈추게 할 수도 그냥 가라고 할 수도 없고 다들 고민을 안고 가시리라 생각된다”며 “그러나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시고 선하게 인도하실 것”이라고 했다.


주최측에서는 토론회 취지에 대해 “기독교 정당 출현에 대해 찬성과 반대 양측 입장을 들음으로, 국민 여러분과 기독교인들의 판단을 돕는 토론의 장”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기독교 정당의 성공여부를 떠나 기독교적 정치의식의 확산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