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9·11 테러 10주년을 맞은 11일 미국 각지에서 당시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추모인파가 몰렸다. 테러 당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뉴욕 맨해튼의 그라운드 제로 지역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부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행사가 진행됐다. 경찰이 경호를 위해 그라운드제로 주변을 철저히 통제하고 방탄막을 설치하는 등 삼엄한 경계를 폈지만 그 주변인 남부 맨해튼에는 수천명의 추도 인파가 몰렸다. 이 행사에 참석한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이 테러 공격으로 "짓푸른 하늘은 암흑의 밤으로 변해버렸다"며서 "우리는 이날 일어난 일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현직 대통령 뉴욕 추도식에 나란히 참석
이날 그라운드 제로에서 열린 추도식에는 오바마 대통령 부부와 부시 전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손을 잡고 입장했다. 이들 4명은 새로 만들어진 추모공원 메모리얼 폰드 기념비 앞에 나란히 서서 묵념했다. 10년전 납치된 항공기가 세계무역센터(WTC) 건물이 충돌한 시각에 맞춰 종이 울리고 이후 3천명에 가까운 희생자들의 이름이 불리는 동안 이들은 유가족들과 마찬가지로 조용히 듣고 있었다. 미국 전현직 대통령이 그라운드 제로 추도식에 함께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5월 미군 특수부대가 테러 주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한 뒤 이곳에서 추도식이 열렸을 때 오바마 대통령은 부시 전 대통령을 초청했으나 부시 전 대통령은 이를 정중히 거절, 오바마 대통령만 참석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부시 전 대통령도 초청에 응했다.
두 대통령은 정당을 달리하기도 하지만 대테러방침도 많이 달랐다. 부시가 시작한 이라크 전쟁에 대해 오바마는 반대입장이었으며 이런 원칙을 고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테러리스트에 대한 색출과 공격은 부시 정권 때에 비해 강화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심문 과정에서 테러용의자들을 고문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인권 논란이 일었던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결정하기도 했다.
◇생스빌에서도 추모 인파
테러 당시 납치된 항공기가 추락한 펜실베이니아 생스빌 지역에서도 수천명의 추도객이 몰린 가운데 행사가 열렸다. 그라운드 제로 행사를 마친 오바마 대통령 부부도 낮 12시 조금 전에 생스빌에 도착해 환영을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 부부는 추락 항공기 승무원들의 용감한 행동을 기린 '월 오브 네임' 앞에 흰색 장미로 만든 화환을 헌화했다.이때 화환에서 꽃 한송이가 떨어졌으나 미셸 여사가 이를 주웠다. 대통령 부부는 이곳에서도 연설은 하지 않았으며 방문객들과 악수를 하거나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또 희생자 가족과 만나 얘기를 나눴다.
며칠전부터 이곳에 모여든 희생자 가족들은 묵념의 시간이 지난 뒤 한명씩 혹은 두명씩 단상에 올라 사랑하는 가족들의 이름을 불렀다.
◇펜타곤에서도 추모행사
워싱턴DC 펜타곤(미 국방부)에서 열린 추모행사에는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이 참석했다. 수십년전 교통사고로 아내와 어린 아기를 잃었던 바이든 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당신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 가버렸다는 전화를 받을 때의 심정을 잘 안다"면서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그는 "어떤 기념비나 어떤 추모행사, 어떤 말도 가족을 잃어 허전한 당신의 마음을 채울 수 없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레온 파네타 미 국방장관도 "9·11 이후 10년간 테러와의 전쟁에서 희생된 미 육해공군과 해병 6천200여명을 미국은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