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미국 곳곳이 기상이변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달 말 5.8 규모의 지진에 이어 허리케인 아이린이 휩쓸고 간 미국 북동부 지역에 이번에는 열대성 폭풍 리(Lee)로 인한 폭우가 쏟아지면서 일부 지역에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미 국립 기상국은 4일 연속 비가 내린 워싱턴 D.C.를 포함한 버지니아, 메릴랜드, 펜실베이니아주는 물론 뉴욕과 뉴저지, 코네티컷주에 8일부터 돌발 홍수 경보를 내렸다. 9일 현재까지 내린 비로 버지니아 북부에서 2명이 불어난 강물에 휩쓸리는 등 북동부 지역에서 최소 11명이 숨지고 10만명 이상이 대피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펜실베이니아와 뉴욕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각 정부기관에 "생명을 구하고 재산과 공공 위생,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재난 구조 노력에 협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펜실베이니아 서스쿼해나 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인근 윌크스배리와 루체른 카운티 등에서 10만여명에 대해 강제 소개조치가 취해졌고, 24시간 동안 216mm의 호우가 쏟아진 뉴욕주 빙엄턴에서도 도시 전체에 강제 소개령이 내려졌다.


워싱턴 D.C.와 인근 지역에서도 홍수 발생 보고가 속속 올라왔다. 저지대 도로의 경우 불어난 물이나 무너진 흑더미로 인해 차량통행이 금지돼 출퇴근길의 시민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 페어팩스 카운티 등 포토맥강 인근 지역의 공립학교와 정부 기관은 8일 오후부터 문을 닫은 상태다.


펜실베이니아 재난관리 책임자는 "기록에 남을만한 홍수가 미국 곳곳에서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홍수 취약지역에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떠나지 않으면 구조를 장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현재 대서양에서는 사이클론 3개가 형성 중이어서 아이린이 지나간 뒤에도 미 북동부 지역에서의 악천후 가능성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와 애리조나주 일부, 멕시코 북부에 걸친 광대한 남서부 지역에서는 무더위 속에 대규모 정전 사태가 빚어졌다. 샌디에이고 가스·전력 회사는 8일 애리조나주에서 발생한 설비고장으로 남서부 지역 140만 가구에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전기 공급은 9일 재개될 전망이다. 애리조나주에 가까운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는 이날 낮기온이 43.3℃까지 치솟았다.


이날 오후 4시께 발생한 정전 사태는 북쪽으로는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동쪽으로는 애리조나주 유마, 남쪽으로는 멕시코 바하 반도까지 번졌다. 정전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정전과 함께 샌오노프리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 2기도 자동으로 가동이 중단됐다. 원자로는 전력 공급선이 바뀌면 자동으로 가동이 중단됐다가 예비 전력이 공급되면 가동을 재개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샌디에이고 국제공항에서 이륙하거나 착륙할 예정이던 모든 항공편은 차례로 연기됐다. 공항은 비상 발전기를 돌려 최소한의 기능만 유지하는 실정이다.


미 남부 텍사스에서는 300일 넘도록 끊이지 않는 산불로 시민들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지난 일요일 텍사스 주도인 오스틴 인근 배스트롭 카운티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주택 1천400채 가량이 불에 탔고, 5천명이 넘는 주민들이 집을 떠나 대피소 등에서 생활하고 있다.


주 산림당국은 그동안 4천백여㎢의 산림이 불에 타면서 배스트롭에서만 적어도 2명이 숨지는 등 4명이 사망했으며 산불 진화율은 30%대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텍사스주에서는 180곳 이상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