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30억원 이상 기부자의 생활이 어려워졌을 경우 정부가 생활비 등을 지원하는 명예기부자법안(가칭)의 국회 발의 움직임을 계기로 유명인들의 기부 문화 동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등 많은 유명인이 거액을 기부하는 모범을 보여왔고, 이들의 상당수는 '젊은 시절 한때 벌어놓은 돈으로 먹고사는' 유형의 직업을 가진 만큼 이 법안의 수혜자가 될 개연성도 크기 때문이다.


기부 문화를 선도하는 유명인들의 공통점은 씀씀이를 줄여 이를 이웃들과 나누려는 자세다.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라 어려운 이들의 처지를 보살피려는 마음이 기부의 직접적인 동기인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법안 발의 움직임에 상당한 자극을 준 것으로 알려진 가수 김장훈(44)씨는 생활 여건이 어려운 학생들과 보육원 등에 매월 1천500만원을 10여년간 지원해왔다. 지금까지 총 기부액은 5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다른 많은 연예인과 달리 그는 고급 주거지역에 살지 않는다. 서울 마포구의 31평 월세 아파트가 그의 보금자리다.


또다른 연예계 '기부 큰손'으로는 가수 박상민(44), 방송 진행자 김제동(37), 가수 조용필(61), 배우 배용준(39), 가수 장나라(30), 배우 문근영(24)씨 등이 꼽힌다.


박상민씨는 청각장애인들의 달팽이관 이식을 돕는 단체 '사랑의 달팽이관'에서 회장으로 활동했으며, 소아 암환자와 독거 노인 등을 위한 자선 공연을 70여회 열어 수익금을 관련 단체들에 기부했다. 그의 기부액은 지금까지 40억원을 넘는다.


배우 차인표(44)·신애라(42) 부부는 봉사와 기부가 생활 그 자체인 연예인 커플이다. 이들은 두 딸을 입양해 키우면서 소아 암환자와 난민 어린이 등을 돕는 사업에 앞장서 왔으며, 매년 출연료와 상금으로 받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돈을 자선단체와 구호기구에 고스란히 기부하고 있다.


김제동씨는 결손가정 출신 학생 등에게 꾸준히 장학금을 기부하고 기금을 출연해 저소득 가정 아동들을 위한 아동 캠프를 지원하는 등 지금까지 40억원 이상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내놨다.


조용필씨는 심장병 어린이들을 위한 자선 콘서트를 열고 2004년 심장재단에 20억원을 내놓는 등 꾸준히 자선 기부를 해 왔다.


배용준씨는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곳곳에 지진·해일 등 대형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이재민을 돕는 활동에 20여억원을 썼다.


장나라씨는 자신의 이름으로 모금하거나 기부해 북한과 국내외에 전달한 현물과 현금이 130억원에 이르며, 문근영씨는 꾸준히 기부 활동을 해 2008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10주년 기부자 통계에서 액수 기준 개인 기부자 1위로 꼽히기도 했다.


이런 연예인 '기부 큰손'들은 본인의 명성을 활용해 팬이나 기업을 상대로 모금 활동을 벌이거나 자선 공연의 출연료를 되돌려 주는 방식으로 거액의 기부를 한다. 일종의 '재능 기부'다.


스포츠 스타들도 기부를 통해 사회에 모범을 보이는 사례가 많다. '피겨 여왕' 김연아(21)씨는 형편이 어려운 후배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과 저소득층 청소년을 위해 지금까지 20억원이 넘는 돈을 쾌척했다.


세계적 골프 스타 최경주씨는 '최경주 재단'을 설립해 국내외 재해 구호와 장학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야구선수 박찬호, 축구스타 홍명보씨 등도 장학재단을 설립해 척박한 우리나라의 기부 문화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은 현역 톱스타로 뛸 수 있는 기간이 한정돼 있어 노후에 생활수준이 악화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기부 선행은 더욱 빛난다.


지금은 돈을 잘 벌더라도 '좋은 시절'이 영영 계속되리라고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들이 '명예기부자법'의 수혜자가 될 가능성은 일반인에 비해 크다.


법안의 상세한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30억원 이상을 기부한 '명예기부자'의 생활이 갑자기 어려워졌을 경우 생활비나 병원 진료비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유명인의 기부는 기부 문화를 확산하는 역할도 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전국 성인남녀 1천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유명인의 기부가 일반 국민의 기부 동기를 부여하는가'라는 질문에 80.4%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는 자선 기부의 롤모델(role model)이 없어 부자들이 소득 수준에 비해 기부에 인색한 편"이라고 지적하고 "독자 재단을 만들기 어려운 규모의 기부금도 출연 취지에 맞게 펀드 형태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기부액의 일부를 연금 형태로 되돌려 주는 등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