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금값 때문에 엘에이와 뉴욕 등 대도시에서는 금을 팔거나 사려는 사람들로 귀금속 상점들이 마치 8월의 크리스마스와 같은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른바 ‘골드러쉬’에 대해 엘에이 데일리 뉴스가 17일 보도했다.

2007년 10월, 온스당 740달러 가량이던 금 값은 다음해 3월 1,000불 가까이 올랐다. 이후 고공 행진은 멈출 기미 없이 계속돼 지난 수요일에는 온스당 1,789불에 거래됐으며, 일시적이었지만 1,801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오르던 금 값은 약 3주전, 스탠다드앤푸어스에서 미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한 이후 급격히 오르기 시작했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서 금을 가장 안전한 투자 자산으로 선호하기 때문이다.

현재 금 값은 지나친 버블(거품)이라는 투자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금을 사고 팔려는 사람들로 귀금속 소매상은 붐비고 있다.

웨스트필드의 한 몰에 위치한 카멜롯 쥬얼리의 매니저인 미치 가튼 씨는 금 값이 오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금을 들고 찾아온다고 했다. 대개는 서랍 속에 있던 오래된 금붙이들이나 보석들을 갖고 오는데, 언론에서 보도하는 대로 ‘마켓 프라이스’를 기대하고 왔다가는 이내 실망하고 만다고.

가튼 씨는 “고객들은 온스당 1,800달러라는 마켓 프라이스를 원하지만, 그 가격은 순도 99.99퍼센트의 24케럿 금일 경우에 해당된다. 고객들이 들고 오는 금들은 대부분 14케럿이나 18케럿이고 그나마 강도를 높이려고 다른 금속과 섞인 경우 가격이 떨어진다”라고 설명했다.

스터플러앤컴퍼니의 설립자 베리 스터블러 씨 역시 ‘금을 팔기 전에 미리 무게를 알고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자신이 아는 마켓 프라이스에서 70-80퍼센트의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 바로 금을 팔려고 작은 결혼 반지를 가져갔다면, 300-400달러 정도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 가격의 폭발적인 상승은 1970-80년대 금융위기 때도 있었다. 당시 금융위기와 함께 인플레이션이 겹치면서 달러 가치가 하락하자, 사람들은 금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1980년대 온스당 850달러까지 치솟았었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2.300달러 정도다.

경기가 불안정한 때일수록 사람들은 금을 안전한 자산으로 더욱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뿐 아니라 국가도 마찬가지다. 경기침체 이후 각 나라의 중앙은행은 금을 사들이기 시작했는데, 이번 달 초 한국 중앙은행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금을 사들였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금 가격은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미국와 유럽의 경제위기가 안정국면에 접어들고 해소되기까지 금을 안전자산으로 선호해 사들이려는 구매행렬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일부는 온스당 3,000 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