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시티 AFP=연합뉴스) 로마 교황청이 17일 미국에서 진행중인 사제의 성추행 소송 사건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기밀 문건을 공개했다. 진상 은폐 비난에 대한 대응책의 일환이다.
해당 소송의 원고는 10대 청소년이었던 1965년에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앤드루 로넌 신부에게 여러 차례 성추행을 당했으나, 교황청이 성추행 관련 논란을 알면서도 로넌 신부를 아일랜드, 시카고, 오리건 등지로 전출시키기만 한 책임이 있다며 지난 2002년 교황청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지난 1992년 사망한 로넌 신부는 아일랜드에서도 신학생들을 성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바티칸은 로넌 신부가 성추행 사건 이후 자신의 성직을 박탈해 달라는 청원을 해왔던 1966년까지 이 사건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반박해 왔다. 이날 바티칸 라디오 웹사이트에 공개된 문건 역시 관련 서한과 바티칸의 공식 기록들이다.
소송에서 바티칸의 변호를 맡고 있는 제프리 레나 변호사는 "자료들은 교황청에 대한 그간의 비판들이 잘못된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교황청은 로넌의 전출에 연루돼 있지 않으며 로넌이 미성년자에게 위험이 된다는 점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수년간 미국, 독일, 호주, 벨기에, 아일랜드 등 세계 각국에서 불거진 가톨릭 아동 성추행 사건 중 하나로, 이와 관련해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수치스럽다"며 아동 성추행 사제들을 성직에서 몰아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교황청은 또 지난 5월 전 세계 주교들에게 서한을 보내 사제들이 아동 성추행 사건에 연루되면 교회법뿐만 아니라 실정법상의 처벌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