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촉발된 주가 폭락은 뉴욕 월스트리트의 유명한 베테랑들도 망연자실하게 만들었다. 주요 주가지수가 단 수주만에 두자릿수 %나 떨어졌고, 투자자들은 아직도 세계 경제에 대해 조바심을 내고 있다. 특히 지난 9일 주식 시장의 상황은 시장이 얼마나 초조해졌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이 10일 보도했다.
투자자들은 애초 전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새로 내놓은 미국 경제에 대한 평가를 외면했다. 한때 206포인트나 떨어졌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추가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급반등, 전날보다 43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50년 넘게 증권 업계에 종사했다는 UBS 상무 아트 카신은 "쿠바 미사일 위기부터 케네디 암살, 1987년과 2008년의 불황을 다 경험했지만 9일의 주식시장 상황은 가장 정신없고 기이한, 매우 특별한 경우였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의 베테랑들은 주가 폭락의 속도에 매우 놀랐다. 지난 8일 종가 기준으로 다우지수는 지난달 22일 이후 15%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도 17% 하락했다.
1987년부터 주식시장을 관찰한 반얀 파트너스의 수석투자전략가 로버트 파블릭은 "주가의 변동폭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9일 주가가 한바탕 요동을 치고 나서 단기 저점에 달한 것이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이날 주가가 또 내려가고서 새로운 하락세가 곧 다가오리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43년을 종사한 시큐어리티 증권 사장 테드 와이스버그는 "우리는 지금 워싱턴발 불확실성에 기인한 완전한 신뢰 부족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보지 목격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채한도 증액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과 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정책결정자들의 시장 안정과 경제 발전 능력에 대해 투자자들의 신뢰가 사라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와이스버그는 "아무리 경기가 안 좋아도 천성적으로 낙관적인 주식 투자자들이 불안해 하고 있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