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넓은 미국에서 ‘신발’처럼, 생활을 위해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 품목 가운데 하나가 ‘자동차’다. 근처에 시장을 보러 가더라도 차 없이 가는 것이 쉽지 않은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해 온 미국인들이 경기침체로 지갑이 얇아지자 자동차에 들이는 비용을 대폭 줄이고 있다고 USA투데이가 보도했다.

지난 네 달간, 마가렛 맥코믹 씨의 2001년 토요타 셀리카는 한쪽 타이어가 펑크나고 트랜스미션이 망가진 채로 그녀의 콘도 주차장에 방치돼 있다. 이를 고치려면 1,000불 가량이 들지만, 2년째 실업상태인 그녀는 그럴만한 돈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AAA의 조사에 따르면 맥코믹 씨는 직장을 잃거나, 갤런당 4불에 육박하는 개스비를 감당하지 못해 자동차를 방치해 둘 수 밖에 없는, 늘어나는, 미국인들 가운데 하나다.

AAA의 미드 애틀랜틱 지역 짐 라디어 디렉터는 “자동차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해 가던 많은 미국인들이, 자동차에 대한 접근성을 잃어가면서 삶이 황폐해 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AAA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운전자의 절반 이상(54%)이 새로운 자동차를 구입하는 재정적 부담 때문에 오래된 자동차를 계속 타고 다니고 있다.

-4명 중 1명의 운전자들은 지난 몇 년 간 경기침체와 비싼 수리비 때문에 자동차 수리나 관리가 필요한 부분을 알고도 방치하고 있다.

-28퍼센트의 운전자들은 2천불 가량의 수리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으며, 18퍼센트는 1천불 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델라웨어 윌밍톤의 그린힐오토서비스 주인인 필립 웨어 씨는 “종교적이라 할 정도로 3천 마일마다 오일을 갈러 오던 고객들이 지금은 5천 마일마다 한번씩 오고 있다. 이전에 5천 마일마다 갈던 사람들은 7, 8천 마일 심지어 9천 마일에 한번씩 갈러 온다”고 최근 상황을 설명했다.

플로리다 레이크시티의 짐스오토서비스 주인 짐 윌킨스 씨 역시 “고객들이 정말 필요한 부분만 고치고 정기적인 관리는 하지 않고 있다. 오일을 갈려고 왔다가, 고쳐야 하는 부분 서너 가지를 이야기 해주면 고객들은 ‘지금 당장 고쳐야 할 게 뭔가요? 그냥 타도 괜찮은가요?’라고 묻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비기술자들은 장기적으로 볼 때 이런 정비습관이 더 큰 비용을 초래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실제 델라웨어 뉴포트 지역 던라이트오토클리닉 주인 타이 헌 씨는 한 고객이 수 백 불의 비용 때문에 2005년 기아 스펙트라의 타이밍 벨트를 갈지 않고 계속 미루다 엔진까지 고장 나 수천 불의 비용을 감당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면서, “돈이 모자란 것이 그 고객에게 더 큰 비용을 지불하게 했다”라고 설명했다.

헌 씨는 또 “이전 같으면 사람들이 차를 수리하는데 수천 불이 든다고 하면 차를 고치느니 새로운 차를 산다고 했는데, 요즘엔 통 그런 사람이 없어요”라면서 어려워진 미국인들의 경제사정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