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재정위기를 겪는 스페인에서 성직자 100여명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자국 방문을 반대하고 나섰다. 9일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넷판 기사에 따르면 수도 마드리드에서 가장 가난한 교구를 담당하는 100명 이상의 성직자들이 '성직자 포럼'을 구성해 오는 18일 예정된 교황의 방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 단체는 내주 교황의 마드리드 방문에 들어가는 돈이 경호 비용을 제외하고도 6천만유로(한화 약 930억원)로 추산된다며 실업률이 20%에 육박하고 공공부문의 막대한 재정감축이 단행되는 시기에 도저히 정당화할 수 없는 지출이라고 비판했다. 교황의 마드리드 방문은 현지에서 열리는 가톨릭 청년축제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교황은 18일~21일 밤샘기도 집전부터 폐막 미사까지 다양한 행사를 소화할 예정이지만 가뜩이나 경제난에 휘청대는 마드리드 시(市) 정부가 교황 방문에 막대한 비용을 부담한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성직자 포럼의 에바리스토 빌라(68)는 "교황의 방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방문이 실현되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종교 단체들도 교황의 방문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유로파 라이카'는 "교황에게 세금의 단 1페니도 못 준다"는 구호로 교황의 방문에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마드리드 시당국이 집회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 단체는 특히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하는 50만명의 순례자들에 대해 마드리드 당국이 대중교통비를 면제해 주는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불만을 드러냈다. 또 다른 비종교 단체 '성난 사람들(Indignados)'은 "(마드리드) 시 정부가 교육부문 예산에서 4천만유로를 삭감해놓고 교황 방문에 6천만유로를 지출하려 한다"면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에 대해 세계청년대회 주최 측의 최고 담당자 야고 드라 시에르바는 "검소하고 경제적으로 책임 있는 행사가 되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