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지난 2분기 미국의 주택 매물이 주택경기가 가라앉기 시작한 2007년 이후 최저수준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이는 수요가 증가해서라기보다는 은행들이 주택 압류를 많이 하지 않기 때문으로 주택경기가 본격적으로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부동산정보업체 리얼터닷컴의 통계를 인용, 6월 말 현재 900개 대도시 지역에서 매물로 나와 있는 주택이 234만채로, 최근 5년래 가장 적은 수준이라고 3일 보도했다. 일반적으로 주택 매물이 감소하면 수요가 증가하는 것으로 해석돼 주택시장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최근에는 금융기관들의 주택 압류 감소에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WSJ의 분기별 매물조사에 따르면 지난 2분기 28개 주요 대도시 지역에서 재고주택 수는 3개 지역을 제외하고 모두 감소했다. 특히 16개 대도시 지역에서는 작년 동기대비 두자릿수 이상 줄었다. 마이애미에서는 매물이 43%나 줄었고 워싱턴DC도 30% 가량 감소했다. 샌프란시스코와 시애틀 등지에서도 20% 이상 줄었다.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등지와 같이 주택가격이 2006년 최고점 대비 50% 가까이 하락한 지역에서는 지금과 같은 거래추세가 지속될 경우 4개월 뒤면 매물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분석됐다.

피닉스의 부동산 중개업자 브래트 배리씨는 "매물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최근 주택 압류를 자제해 매물을 감소시키는데 영향을 주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지난해 모기지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주택 소유자들의 집을 서류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무차별 압류하면서 정부로부터 지적을 받았으며 이후 이런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해 주택압류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새로 압류되는 주택 물량은 요즘 3년 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재고주택 물량은 210만채나 돼 사상 최고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주택공급이 지금처럼 위축된다면 주택가격은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자산평가업체 오터 밸류에이션의 제프리 오터 대표는 "주택경기 하락의 악몽에서 이제 벗어나게 됐다고 말하기는 이르지만 악몽이 끝날 때가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