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휴가철을 맞은 미국인들에게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채무 한도 증액 협상 이야기는 그동안 크게 와닿지 않는 이슈였다.
경제 향방에 늘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월가에서 미국 경제 앞날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는 마당에 다른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미국의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걱정을 해야 하느냐는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미국 정부는 지난 4월에도 예산이 제때 통과되지 않아 정부 폐쇄의 위기를 맞았다가 막판에 극적으로 타협을 한 바 있어 이번에도 그러려니 하는 심리도 깔려있다.
하지만 이제 부채한도 협상 마감 시한이 점차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말 재앙을 맞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 이번 협상과 관련한 일반인들의 궁금증을 문답형식으로 정리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모두 재정적자 감축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다. 부채한도를 상향조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지는 않을까.
▲그럴 가능성은 없다. 부채한도는 말 그대로 정부가 빌려온 자금 규모를 말하는 것으로, 빌린 것을 상환하려 하면 이 한도를 올려야만 한다. 퇴직자에 대한 사회보조금이나 정부 계약에 따른 민간기관에 대한 대금지급, 이미 발행한 채권에 대한 이자지급 등 의회가 승인한 모든 재정지출이 이루어지려면 한도를 올려야 한다.
연방정부는 이미 오래 전부터 세수보다 많은 금액을 지출해왔으며 이런 적자를 균형재정으로 바로잡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양당은 모두 이런 적자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공화당 일부에서는 디폴트 위험이 과대평가돼 있으며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예 빚을 내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코노미스트들은 실제로 디폴트 위험이 높은 상태라고 지적한다.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디폴트 상황을 맞게 되나.
▲미국은 그동안의 채무를 상환할만한 자금이 없는 상태다. 이미 지난 5월에 채무한도를 꽉 채웠으며 그 이후에는 각종 비상조치들을 동원해 오는 8월2일까지 임시로 재정을 꾸려가는 중이다.
비영리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은 8월에만 3천70억 달러의 빚을 지게 되지만 재정수입은 1천72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모든 채무를 상환할 능력이 없어지면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순위를 정해 일부만 지급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으며 먼저 지급기일이 돌아오는 순서대로 지급할 수도 있다.
만약 사회보장 혜택과 건강보험, 국방계약 분야 등을 우선 지급한다면 연방공무원이나 군인, 대학 직원 봉급을 주지 못하고 고속도로 건설도 하지 못하게될 수 있다.
--디폴트가 선언되면 미국 경제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
▲여러 차원에서 안좋은 영향을 주게된다. 정부가 전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지급을 중단하게 되면 먼저 정부와 계약한 사람들, 납품자들이 타격을 받게된다.
사회복지 프로그램 수혜자건 다른 계약자건 할 것 없이 정부로부터 돈을 받지 못하면 돈을 쓸 수가 없어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
또 국내외 투자자들은 미국 경제를 불신해 미국에 투자할 때 높은 금리를 요구할 수도 있다.이런 경우 소비자들은 모기지 금리를 비롯한 모든 금리가 치솟기 때문에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된다.
예를 들어 10만 달러를 빌려 집을 산 사람들은 연간 이자가 100~200달러씩 오를 수도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들은 전망한다.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주나? 금융통화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시장에서 이런 위험성이 반영되기 시작했다.
스위스 프랑은 이번주 달러화에 대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부 채권투자 펀드는 캐나다나 멕시코, 중국 채권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또 중국을 비롯한 미국 채권 보유국들이 한꺼번에 미국 국채를 투매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지난 10년간은 외화자금이 미국으로 몰려들어와 미국 국채수요가 늘어나는 바람에 미국의 이자율이 낮게 유지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달라졌다. 중국 정부는 이미 미국의 채무한도 상한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