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행복을 사지 못한다’는 옛말이 개인뿐 아니라 사회전체적으로도 적용된다는 것이 최근 연구결과에서 밝혀졌다고 ABC뉴스가 26일 보도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뉴욕대학의 정신과학 교수인 에블린 브로멧 박사팀은 ‘우울증과 사회수준’을 주제로 프랑스, 독일, 벨기에, 미국, 일본과 같은 부유한 나라부터 콜롬비아, 인도, 중국, 멕시코, 사우스아프리카 등 가난한 나라 등 18개 국가에 8만 9천명 가량을 인터뷰했다.

조사 결과 평균적으로 가난한 나라에서는 11퍼센트만이 우울증을 겪는 반면 부유한 나라에서는 15퍼센트의 사람들이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가운데 미국과 프랑스의 우울증비율이 멕시코나 중국에 비해 5배 가량 높았다.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 부유한 나라의 사람들보다 더 우울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는 결과다. 에블린 브로멧 박사는 “부유한 나라에서는 가난한 나라에 비해 연 평균 6만 4천불을 더 벌지만, 우울증은 더 높았다. 지금으로서는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라고 답했다.

국가의 부가 시민들의 행복에 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몇 가지 의견을 제시했다.

뉴욕대학 레곤 메디컬센터의 정신건강 조교수인 서딥타 바르마 박사는 “부유한 나라, 즉 개인주의가 강한 나라들에서 개인들은 차일드케어부터 결혼생활의 조언에 이르기까지 가족의존도가 낮다. 잘 알려진 대로 사회적인 지원은 우울증을 막아주는 요인이기도 하다. 반면 가난한 나라에서는 마음의 평안을 위해 종교적, 정신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우울증을 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른 한편으로 부유한 나라에서의 성공에 대한 기대치가 가난한 나라에 비해 높기 때문에 오히려 우울증의 원인이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몬테피오르 메디컬 센터 노인건강분야의 게리 케네디 박사는 “수입이 높은 곳에서는 부의 격차가 수입이 낮은 나라에 비해 크다. 이것이 잘사는 나라에서 우울증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한편, 이 연구를 직접 진행한 에블린 브로멧 박사는 각 나라의 문화적인 상황에 따라 우울증에 대한 이해를 달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든 나라에서 같은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 이번 연구의 장점이자 단점인데 가난한 나라일수록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적고, 이에 따라 자신의 상태에 대해 외국인 질문자에게 모든 것을 밝히지 않기 때문에 우울증 수치가 적게 나온 것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사람들은 인터뷰에 익숙하지만,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한번도 이런 인터뷰에 응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또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우울증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지만 아시아 문화에서는 그냥 묻어두고 가는 경우도 많다. 앞으로 문화적인 상황에 따라 연구를 세분화 시켜야 할 필요를 느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