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미국의 재정 적자 감축과 정부 부채 한도 증액 협상이 또 결렬돼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각)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공화당의 존 베이어 하원의장이 백악관과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따라 국제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경고해 왔던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위험이 더 커졌다고 23일 보도했다.

S&P는 미국이 국가채무가 더 늘어나지 않도록 충분한 재정 적자 감축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미국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반복해서 경고했다.

S&P는 지난 18일 한국의 뉴욕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도 "부채 한도 증액보다는 재정 적자 감축이 더 중요하다"며 "미국이 재정 적자를 앞으로 10년 동안 4조 달러 줄이는데 합의하지 못하면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부채 한도 증액 시한인 다음 달 2일까지 부채 한도를 늘리더라도 재정 적자 감축안을 내 놓지 못하면 신용등급을 내릴 수 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협상이 다시 결렬됨에 따라 부채 한도 증액과 재정 적자 감축의 총액을 한꺼번에 논의하는 대규모 협상이 힘들어졌기 때문에 대통령과 정치권이 분야별로 증액과 감축 규모를 협의하는 소규모 협상을 시도할 것으로 보이고 이는 S&P의 기준에 미달할 수 있다고 WSJ는 전망했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이런 가능성을 암시했다.

그는 "실질적인 적자와 채무 감축안을 만들 수 없다면 부채 한도를 6개월, 7개월, 8개월씩 늘려갈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높이고 미국 경제에 암운을 드리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백악관의 한 관계자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매우 현실적인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WSJ는 미국의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미국 정부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기업의 금융비용을 끌어올려 경제 둔화를 가속하고 미국 채권을 보유한 중국 등의 국가들이 미국 자산에 대한 투자 중단을 고려하거나 더 높은 이자를 요구할 수 있는 등 금융시장의 혼란이 우려된다고 예상했다.

브라질의 투자은행 BTG 팩츄얼의 경영 파트너 존 파스는 진전이 없는 미국의 협상 상황에 대해 "오토바이를 타고 트럭으로 달려 드는 모습 같다"며 "이런 짓을 하는 사람이 제 정신이냐"고 반문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 민주당의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와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 등 의회 지도부를 백악관으로 불러 협상을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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