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후 교실에서 교과서가 사라진다?
미국이 아닌 한국의 이야기다. 워싱턴포스트는 18일 기사에서 한국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20억 불 규모의 교과서 디지털화 사업’을 조명했다.
한국 교육과학기술부 주도로 이뤄지는 이번 사업은 교실의 모든 학생들에게 테블릿(Tablet)을 제공해 세계 최초로 종이 없는 학교를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교과서를 대체한 테블릿 안에는 기존의 교과서 내용을 포함해 이와 관련된 정보, 자료를 얻을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와 함께 미국 공립학교들의 전산화 실태를 보도했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에서도 몇몇 주와 학교들을 중심으로 전산화 작업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데 크게 보면 두 가지다. 하나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것’과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주로 일선 학교와 각 주의 교육부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전산화 사업이 더욱 활발하며, 성공적인 사례를 통해 서로 배우고 있는 상황이다.
스쿨네트워킹컨소시움(Consortium for School Networking)의 키스 R. 크루거 CEO는 “비록 미국의 몇몇 학교 구역에서 종이 교과서를 온라인 혹은 디지털 커리큘럼으로 바꾸고 있지만, 한국처럼 정부 주도로 바꾸는 제품이 더욱 슬림하다. 내 생각에 우리는 그 같은 기기를 보기는 힘들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크루거 씨는 미국의 전통적인 주정부 산하의 공립학교들은 교과서와 연필, 그리고 종이 등을 21세기의 도구인 아이패드, 킨들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바꾸는 전환을 일선 학교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교육기술부 카렌 캐터 디렉터는 “우리의 목표와 이론은 이 나라의 모든 학생들이 될 수 있으면 최고의 기술을 활용해 가능한 기회를 갖게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위해 지렛대 역할을 해줄 최고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교실 전산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실제 메인 주와 몇몇 주들은 지난 몇 년간 최신 기술을 교육현장에 성공적으로 접목시켜왔다. 플로리다 입법부 역시 올해 2015-16학년을 목표로 학교 디지털화 작업을 위한 예산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웨스트버지니아 주 교육부 산하 카운티 학교 당국에서도 교과서 디지털화 작업을 위한 준비를 지난 주에 시작했다고 교육 웹사이트 www.eschoolnews.com을 통해 밝혔다.
그렇다면 실제 교과서 디지털화를 적용하고 있는 교실의 모습은 어떨까?
노스캘로라이나의 무어스빌 학교 구역 학생들은 4년 전부터 교육당국의 주도로 ‘맘모스 프로젝트’의 적용 대상이 되고 있다. 4학년부터 12학년까지 학생들은 종이교과서 대신 랩탑을 제공받아 사용하고 있으며, 그 결과 더 나은 학업 성취도, 더 높은 졸업율, 더 행복한 교사들이라는 결과를 얻었다고 교육부 감독 마크 에즈워즈 씨가 밝혔다.
그는 “21세기에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닌다는 것은 맞지 않다. 우리는 교과서, 사전, 백과사전, 지구본 등을 사는 대신 21세기 기술을 활용해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시켰다”고 덧붙였다.
현재 무어스빌 구역은 90퍼센트 가량 전산화를 이뤘으며, 앞으로 1년 안에 100퍼센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교과서 디지털화 이후 학생들의 졸업율은 4년전 64퍼센트에서 91퍼센트로 대폭 상승했다.
하지만 교과서 디지털화의 정착을 위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처음 학생들에게 전자기기가 주어지고 수업을 하게 되면 많은 학생들이 수업을 따라가기 보다는, 컴퓨터와 테블릿, 스마트폰을 갖고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 받거나 게임을 하고, 부모와 접속하기도 한다.
집에 인터넷이 설치되지 않은 것도 큰 문제다. 수업 이외에 과제나 프로젝트도 전자기기를 사용하도록 하는데, 집에서 인터넷 접속이 되지 않으면 할 수 없기 대문이다. 이에 무어스빌 학교의 경우 학교의 컴퓨터실 사용 시간을 늘려 학생들이 숙제를 마치고 집에 돌아갈 수 있도록 했으며, 고학년 학생들에게는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식당이나 서점, 커피점 같은 데서 과제를 하도록 권했다.
캐터 씨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약속한 향후 5년 안에 미 전역 98퍼센트의 지역에서 초고속 인터넷 접속망 제공을 통해 이와 같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일단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각 주와 학교의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디지털화 작업을 지켜보며, 무어스빌과 같이 성공적인 사례를 배우고 실수는 피하는 방법으로 서로를 배워나가길 기대한다고 그녀는 밝혔다.
마지막으로 캐터 씨는 “한국은 이 부분에서는 선두주자다. 일단은 한국의 상황을 지켜보고 배워나갈 계획”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