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성기홍 특파원 = 미국 재정적자 감축협상의 대치가 계속되는 가운데 공화당 내에서 "1995년 연방정부 폐쇄의 후폭풍을 상기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5년 민주.공화당간 재정 갈등으로 결국 그해말 연방정부가 문을 닫는 사태가 빚어졌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타협을 거부하는 공화당에 고개를 숙이지 않고 정부를 폐쇄시키는 초강수를 감수했고, 그 결과 공화당에 정치적 역풍이 불어 닥쳤으며 클린턴 대통령이 재선의 발판을 마련했었다.

이번에도 재정적자 감축협상 실패로 국채상한을 올리지 못해 사상 초유의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사태를 초래할 경우 그 정치적 부담이 공화당에 넘어올 것이라는 게 1995년 '악몽'을 상기하는 공화당 원로들의 인식이다.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나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는 이러한 역사적 교훈을 떠올리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타협을 모색하려는 흐름에 서 있다.

이들은 어떻게 해서든 디폴트 사태만은 피해야 한다는 현실론자들이다.

반면 에릭 캔터 하원 원내대표나 신진 초선의원들은 절충을 거부하고 비타협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이들은 '디폴트'를 피하는 것보다도 오히려 오바마 대통령이 요청하는 부유층 감세혜택 중단만은 막아야겠다는 이념 중시론자들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간 재정적자 감축 절충이 디폴트 시한인 내달 2일까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자 매코넬 원내대표는 일단 지출삭감이 합의되지 않더라도 우선 디폴트는 피하도록 오바마 대통령에 국채상한 증액 권한을 부여하는 대안을 내놓았다.

매코넬 원내대표는 이를 제안하면서 "1995년 정부폐쇄는 우리에게 유리하게 굴러가지 않았고, 오히려 클린턴 대통령의 재선을 도왔다"며 "나는 공화당이 나쁜 경제의 책임을 함께 짊어지게 함으로써 오바마의 재선을 돕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최근 미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에서 정부 부채한도(14조3천억달러) 증액 협상이 실패로 돌아가 디폴트 사태가 발생할 경우 오바마 대통령보다 공화당 측에 더 큰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다수의 미국 여론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매코넬 제안은 디폴트 발생시 공화당이 받을 비난을 줄일 수 있는 안"이라며 "동료 의원들이 1995년에 일어났을 상황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디폴트 사태도 감수하겠다는 자세로 오바마 대통령과 비타협적인 투쟁으로 나가는 캔터 원내대표를 비롯, 소장파들의 원칙적 태도를 겨냥한 말이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15일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여론조사결과 재정적자 감축협상에서 '균형된 접근'을 원하는 것은 민주당원만이 아니다", "나는 협상 타결을 위해 민주당으로부터 비판을 각오가 돼 있다"며 공화당의 열린 자세를 거듭 촉구하며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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