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으로서 성공한 삶을 살던 중 자신이 불법이민자라는 사실을 고백해 화제가 됐던 미국 기자가 이번에는 아예 현지 이민법 개혁 운동가로 변신해 또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0일 호세 안토니오 바르가스(30)가 미국 이민법 개혁을 위한 로비활동과 불법이민자에 대한 선입견에 맞서기 위해 '디파인 아메리칸(Define American)'이라는 단체를 조직했다고 보도했다. 바르가스는 2007년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보도로 영예의 퓰리처상을 받고, 미 권위지 워싱턴포스트(WP)에서 숱한 특종을 터뜨린 속칭 '잘 나가는' 기자였으나 자신이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을 전격 공개해 미국인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바르가스는 디파인 아메리칸 웹사이트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자신의 '그린카드(영주권)'가 가짜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된 16살 때부터 불법이민자 신분으로 언론인의 삶을 살아온 과정을 회고했다. 바르가스는 이어 "나는 미국인이다. 단지 적법한 서류가 없을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가디언은 유망한 기자에서 운동가로 변신한 바르가스가 현재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현안은 드림법안(DREAM Act) 통과라고 전했다. 드림법안은 16세 이전에 미국에 정착, 고교 졸업 후 대학에 입학하거나 군에 입대하는 등 일정 요건을 갖추면 불법체류자에게도 영주권 신청 자격을 부여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은 지난해 의회에서 부결된 뒤 지난 5월 민주당의 주도로 다시 상정됐지만, 공화당이 우위를 점하는 하원에서 쉽게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미이민법센터(NILC)의 정책 담당자인 타일러 모런은 "바르가스가 자신의 사연을 전면 공개함으로써 이민법 개혁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몇몇 추악한 주장들에 반격을 가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바르가스는 12살 되던 해에 고향인 필리핀에서 미 캘리포니아 주(州)의 할아버지 집으로 보내졌다고 최근 고백했다. 이후 고등학교 때는 교장과 지역 교육감의 도움으로 샌프란시스코대에 입학했고, 대학 졸업 후에는 발급절차가 까다롭지 않은 오리건 주에서 취득한 불법 운전면허증으로 신분을 속이며 사회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