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도 출국정지 사태에 우려 표명… “공정하고 투명한 해결 절차 중요”
이재명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 출국정지 적어도 8월 15일까지 유지

모스 탄 전 대사
(Photo : 미 국무부 홈페이지) 모스 탄 전 대사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미 국무부 국제형사사법대사(Ambassador-at-Large for Global Criminal Justice)를 지낸 한국계 미국인 모스 탄(Morse H. Tan) 전 대사가 한국에서 출국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탄 전 대사가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상황에 대해 강한 우려를 제기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는 8월 4일 ‘트럼프 전 관리 모스 탄, 한국서 출국금지… 독재 증가 경고’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탄 전 대사의 상황과 그가 제기하는 표현의 자유 및 한미동맹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CP에 따르면 탄 전 대사는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7월 16일 불구속 기소됐으며, 법무부가 내린 출국정지 조치가 유지되면서 적어도 오는 8월 15일까지 한국을 떠날 수 없는 상태다. 첫 형사재판은 오는 9월 11일 열릴 예정이다.

탄 전 대사는 CP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의 출국이 제한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는 미국 정부와 미국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며 “조약을 맺은 동맹국들이 서로에게 이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문제가 된 발언이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 시민권자가 미국에서 한 정치적 발언을 이유로 한국에 입국한 뒤 형사 기소되고 출국까지 제한된 것은 단순히 개인의 형사사건을 넘어 표현의 자유와 국가 간 사법관할권의 문제라는 주장이다.

탄 전 대사는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의 1기 행정부에서 대사로 일했던 사실도 언급하며 이번 조치가 한미 관계 차원에서도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일련의 상황에 대해 “점점 더 공산주의적인 수법이 나타나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한국에서 권위주의적이고 독재적인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탄 전 대사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제형사사법대사를 지낸 법학자로, 국제 인권과 형사사법 문제 등을 다뤄왔다.

이번 사건은 탄 전 대사가 지난해 미국 워싱턴DC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과거와 관련해 한 발언에서 비롯됐다.

탄 전 대사는 당시 이 대통령이 청소년 시절 강력범죄에 연루돼 소년원에 수감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한국 수사당국은 해당 내용이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보고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탄 전 대사는 지난 5월 28일 한국에 입국한 뒤 수사 대상이 됐으며, 경찰의 요청에 따라 법무부가 출국정지 조치를 내렸다. 이에 탄 전 대사는 법무부를 상대로 출국정지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탄 전 대사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출국정지가 탄 전 대사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처분 효력을 중단할 경우 수사와 형사절차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고,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7월 16일 탄 전 대사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및 형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기소 이후에도 출국정지 처분은 이어졌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7월 31일 탄 전 대사가 제기한 출국정지 처분 취소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그의 출국정지는 적어도 오는 8월 15일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미 국무부도 반응을 내놨다.

미 국무부는 CP에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인의 안전과 안보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면서, 미국 시민이 공정하고 투명한 해결 절차 없이 출국정지 대상이 되는 데 대한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다만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탄 전 대사의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미 국무부가 전직 고위 당국자인 탄 전 대사의 출국정지 문제에 직접 입장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한국 국내의 형사사건을 넘어 한미 관계 차원에서도 주목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 검찰은 탄 전 대사의 발언에 포함된 내용이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반면 탄 전 대사는 미국에서 한 정치적 발언을 이유로 미국 시민권자가 한국에서 기소되고 출국까지 제한된 것 자체가 표현의 자유와 적법절차, 한미동맹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맞서고 있다.

특히 탄 전 대사는 미국에서 한 발언에 대해 한국이 형사사법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문제 삼는 한편, 자신의 발언이 정치인과 공적 인물에 관한 정치적 표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CP도 이번 사건을 단순한 명예훼손 사건에 국한하지 않고 한국의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 상황을 둘러싼 논쟁이라는 측면에서 비중 있게 다뤘다.

탄 전 대사는 자신의 상황과 관련해 미국의 기독교인들에게도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님을 신뢰하고 있다면서,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미국과 국제사회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제 형사사법 문제를 담당했던 전직 미 국무부 대사급 인사가 미국에서 한 발언으로 한국에서 형사재판을 받고 출국까지 제한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한국 검찰이 제기하는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문제와 탄 전 대사 측이 주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 발언의 자유’, 여기에 미국 시민에 대한 사법관할권과 적법절차 문제가 맞물리면서 논쟁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까지 이번 사안에 우려를 나타낸 가운데, 오는 9월 11일 시작될 형사재판에서 법원이 관련 쟁점을 어떻게 판단할지와 이번 사건이 향후 한미 관계에 어떤 반향을 불러올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