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자금은 어디에서 생겨나고 어디로 흘러가는가.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 류현우가 쓴 『김정은의 숨겨진 비밀 금고』(동아일보사)는 북한 최고권력의 자금 구조를 깊숙이 파헤치며, 김정은 체제의 은밀한 재정 운영 실체를 드러냈다.
류 전 대사대리에 따르면, 북한 노동당 39호실이 당의 공적 비자금인 '당 자금'을 다룬다면, 또 다른 핵심 기관인 36국은 김정은 일가의 사적 비자금인 '혁명 자금'을 관리한다. 이 두 조직은 김정은 체제의 '쌍둥이 금고'로 불리며, 어떤 기관에서도 감사를 받지 않는 절대 권력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그는 김씨 일가의 재정 시스템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으며, 허락받지 않은 자는 접근조차 불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자신의 장인인 전일춘-노동당 39호실 실장으로 알려진 '김씨 일가의 금고지기'-과 17년간 함께 생활하며 권력의 중심부를 직접 목격했다고 전했다. 전일춘의 가족이 거주한 평양 대동강구역의 고급 아파트 단지 '은덕촌'에는 현철해, 박재경, 김양건, 오극렬, 박남기, 강석주, 김계관 등 당과 군부 최고위층 인사들이 모여 살았다.
이 책은 김정은의 개인 금고가 어떤 조직 체계와 절차를 통해 운영되는지를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공개한다. 류 전 대사대리는 36국의 현금 인출과 계좌 운용이 대부분 39호실을 거쳐 이루어지며, 해외 파견 인력은 대사관 당조직의 통제 밖에서 독립적으로 움직인다고 밝혔다. 이들이 평양으로 보내는 물품과 화물은 어떤 수단으로 운송되든 항상 최우선으로 처리된다고 전했다.
송부되는 품목은 김씨 일가의 방탄 차량, 고가의 사치품, 특정 식료품, 고급 의류, 향수 등 생활필수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는 김정은 일가의 생활 유지 체계가 세계 각국의 은밀한 공급망과 직접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류 전 대사대리는 김정은 비자금의 재원이 다층적인 비공식 경제, 우회 거래, 대외 네트워크, 그리고 조직 간 '교차 회계'를 통해 복잡하게 순환된다고 분석한다. 그는 이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는 일은 단순히 금융 문제를 파악하는 수준을 넘어, 북한 권력 내부의 작동 원리와 정치적 문법을 해독하는 일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의 숨겨진 비밀 금고』는 김정은 체제의 권력 구조와 재정 통제 방식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기록으로, 북한 정권의 폐쇄성과 부패, 그리고 '혁명 자금'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진 비자금 세계를 깊이 있게 조명한다. 이 책은 북한의 정치권력과 경제 시스템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단초를 제공하며, 김정은 정권의 통치 기제를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