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양국이 이달 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관세 협상 마무리를 앞둔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미국의 25% 관세 부담을 돌파하기 위한 전략으로 현지 생산 확대와 전기차 가격 인하에 나섰다. 관세 압박과 전기차 보조금 종료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미국 앨라배마 공장은 지난 9월 한 달 동안 총 3만5371대를 생산하며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생산량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월 생산량(2만3251대)과 비교해 52% 증가한 수치로,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한 관세 피해 최소화 전략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는 전기차 전용 생산기지인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도 생산 확대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HMGMA의 9월 생산량은 4027대로, 지난 8월(6949대)보다 다소 줄었지만 전기차 보조금 지원 종료와 수요 둔화를 고려하면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의 이러한 행보는 장기화되는 한미 관세 협상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된다. 현대차는 올해 4월부터 미국 수출 차량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담하고 있다. 협상이 지연되면서 관세 인하가 시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대차는 미국 내 생산 비중을 높여 관세 부담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또한 현대차는 미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종료에도 공격적인 가격 전략으로 맞대응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주요 모델의 가격을 인하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2026년형 아이오닉 5의 판매 가격을 최소 7600달러(약 1080만 원)에서 최대 9800달러(약 1390만 원)까지 인하해 소비자 부담을 줄였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한미 관세 협상 결과를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보다, 현지 생산 확대와 가격 인하를 통해 능동적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며 "향후 관세 협상이 타결돼 관세 인하 조치가 시행되면 현대차의 전략은 더욱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차의 이번 전략은 미국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함과 동시에 글로벌 전기차 경쟁 속에서 독자적인 생존 전략을 구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공격적인 현지화와 가격 정책이 향후 APEC 회담 이후 전개될 통상 환경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