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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신앙에서 기도는 호흡과 같다. 하나님과의 교제를 위한 가장 순수한 통로이며, 영혼의 중심을 드러내는 행위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기도를 일상적 루틴처럼 반복하거나, 막연한 요청의 나열로 끝내곤 한다. 이런 현대 신앙의 현실 속에서, 마르틴 루터의 고전적 통찰을 바탕으로 주기도문을 새롭게 조명한 책이 출간됐다. 바로 김학봉 교수(아신대학교 조직신학)가 펴낸 <루터에게 배우는 주기도문>이다.  

이 책은 단순한 주기도문 해설서를 넘어서, 기도를 삶의 중심에 다시 세우기 위한 깊은 묵상과 실천의 여정을 제시한다. 특히 종교개혁자 루터가 자신의 이발사 친구의 질문인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 모르겠다"에 응답하며 쓴 <단순한 기도>의 내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김 교수는 아신대학교 신입생들과 함께한 실제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루터의 통찰을 오늘날 교회와 성도들의 삶에 맞춰 정리해 냈다. 

주기도문, 말씀과 기도의 만남 

김 교수는 주기도문을 "말씀과 기도가 만나는 지점"이라 표현한다. 신앙의 성숙은 단순한 암송이나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말씀을 붙들고 드리는 살아 있는 기도에서 자란다. 이 책은 주기도문을 7개의 주제로 나누어 각 주차별로 깊이 있는 묵상과 적용을 유도한다. 각 장에는 루터의 실제 기도문, 해설, 그리고 묵상과 적용을 돕는 실천 가이드가 포함되어 있어, 개인뿐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특히 루터가 주기도문을 바라본 세 가지 시선인 '하나님과의 친밀한 대화', '삶의 전 영역을 포괄하는 기도', '공동체의 기도'는 오늘날 신앙의 본질을 다시금 되짚어보게 한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는 고백은 단순한 종교 언어가 아니라, 하나님과 자녀로서의 깊은 관계를 회복하는 시작이며, 나의 기도가 '나'에서 '우리'로 확장될 때 비로소 공동체의 울림이 된다. 

기도는 하나님을 더 거룩하게 하지 않는다 

이 책은 주기도문의 한 구절 한 구절을 깊이 있게 성찰한다. 예를 들어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라는 첫 번째 간구는, 각자가 하나님을 통해 무엇을 얻기 전에 하나님 자체를 기뻐해야 함을 가르친다. 하나님은 본질적으로 거룩하신 분이기에 개개인의 기도로 그분이 더 거룩해질 수는 없다. 그러나 각자의 삶과 기도를 통해 그 거룩하심이 이 땅에 드러나는 것은 가능하다. 이것이 주기도문의 핵심이자 시작이다. 

또한 "나라가 임하시오며"는 천국을 공간의 개념으로만 이해하는 것을 넘어,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서 이루어지는 실제적 통치로 해석한다.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면 깨어진 관계가 회복되고, 억눌린 이들이 자유를 누리며, 상처 입은 이들이 치유된다. 그런 의미에서 주기도문은 단지 마음의 위로를 위한 기도가 아니라, 이 땅의 변화를 촉구하는 실천적 선언이기도 하다. 

용서와 중보, 악에서의 구원까지... 삶으로 드리는 기도 

책은 후반부로 갈수록 주기도문이 담고 있는 깊은 공동체성과 윤리적 실천을 강조한다.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라는 구절은 단순히 용서를 구하는 차원을 넘어, 각자가 먼저 용서를 실천하는 자가 될 것을 요청한다. 특히 상처를 준 사람을 위한 중보기도는 단순히 도덕적 결심을 넘어, 하나님의 은혜를 깊이 경험하는 영적 훈련이 된다는 점에서 강한 울림을 준다. 

또한 마지막 구절 "악에서 구하소서"는 인간의 무력함을 고백하는 동시에, 오직 그리스도를 통한 승리를 붙드는 신앙의 핵심을 보여준다. 루터는 죽음을 악이 휘두르는 마지막 무기라 보았고, 그리스도인은 그 죽음을 천국으로 가는 관문으로 받아들인다. 주기도문은 이처럼 시작부터 끝까지 하나님을 바라보는 기도로, 한 사람의 존재 전체를 하나님께 맡기는 전인적 헌신의 표현이다. 

개인의 기도를 넘어 공동체의 기도로 

<루터에게 배우는 주기도문>은 단순히 기도문을 분석하거나 해석하는 책이 아니다. 루터의 신학적 통찰과 김학봉 교수의 목회적 적용이 어우러져, 독자들의 삶 깊숙이 파고드는 실천적 기도서다. 기도가 막막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졌던 독자들에게는 새로운 영적 생기를, 기도에 익숙해졌지만 형식적으로 기도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본질로 돌아가는 회복의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