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것이 그렇게 간단하다면, 왜 책과 잡지에는 서로 모순된 조언이 넘쳐날까? 모든 것이 수학처럼 분명하다면, 왜 우리는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채 헤매고 있을까?"
이 질문은 응용수학자 데이비드 섬프터가 던지는 문제의식이다. 그는 최근 저서 『세상을 움직이는 10가지 방정식』(원제: Ten Equations That Rule the World)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계가 예측 불가능하게 보일지라도, 그 이면에는 일정한 패턴과 구조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 구조를 수학적으로 이해한다면, 일상의 사소한 의문부터 사회적 현상까지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섬프터 교수는 세계적인 응용수학자이자 데이터 분석가로, 현재 스웨덴 웁살라대학교 응용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영국왕립수학회에서 수여하는 캐서린 리처즈 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수학을 통해 실제 세계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학문적 태도를 책 전반에 녹여냈다.
그가 소개하는 '10가지 방정식'은 로지스틱 회귀, 베이즈 정리, 이항분포, 정규분포, 마르코프 가정 등 응용수학의 대표 이론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들 방정식은 단순한 수식이 아니라, 현실 세계의 데이터를 수학적으로 해석해 의미를 찾아가는 도구로 제시된다. 섬프터는 이를 통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혼란과 모순을 정량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수학적 사고를 실천하는 집단을 'TEN(Ten Equations Network)'이라 명명한다. 이는 비밀 조직이 아닌, 세상의 복잡성을 수학적 모델과 데이터를 통해 분석하고 해석하려는 이들의 집합이다. 그는 TEN의 구성원들이 직관과 논리, 감성과 이성을 균형 있게 사용하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한다.
"TEN의 구성원 중 사회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하는 사람들은 부드러운 방식과 냉정한 방식을 모두 사용한다. 즉, 그들은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결정할 때는 직관을 이용하고, 자신들이 제시한 답에 대해서는 모델과 데이터를 결합해 냉정하게 검증한다." (본문 367쪽)
예를 들어 섬프터는 '베팅 방정식'을 통해 직감에 의존하지 않고 결과를 예측하는 방법을 소개하며, '기술 방정식'은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 합리적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각 방정식은 우리 삶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수학적 접근을 제시한다.
『세상을 움직이는 10가지 방정식』은 수학 비전공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방정식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설명은 단순한 계산법을 넘어,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선택과 판단, 예측과 분석의 순간들에 수학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섬프터 교수는 수학이 단지 학문적 도구에 그치지 않고, 복잡한 현실을 이해하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강력한 프레임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중심이 된 오늘날, 그의 메시지는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복잡해 보이는 세상 속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이제는 수학이라는 언어에 귀를 기울일 때다. 『세상을 움직이는 10가지 방정식』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