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의 출산의향이 세계 주요 8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남성과의 출산의향 격차가 다른 국가들보다 두드러져, 한국 사회의 저출생 위기 심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16일 발표한 "저출생 대응 가족 패널조사의 목적, 설계 및 예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출산의향 점수는 5점 만점 기준 1.58점으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가 주관하는 '세대와 젠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한국에서는 전국 19세부터 59세까지의 남녀 263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한국 여성의 출산의향 1.58점은 조사에 참여한 총 8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비교 대상국인 영국(2.26점), 독일(2.17점), 덴마크(2.17점), 노르웨이(2.16점) 등과 비교해도 격차가 컸다. 한국 남성의 출산의향 점수는 2.09점으로 여성보다 0.51점 높았으며, 이 역시 성별 간 격차가 가장 큰 국가로 나타났다.
흥미롭게도 출산의향 점수와는 별개로, 자녀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과 남성이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녀가 필요하다'는 문항에 대해 한국 응답자들은 전체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의 동의를 보였다. 이는 자녀에 대한 인식과 실제 출산 의향 간 괴리가 존재함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분석된다.
전통적 가족 가치에 대한 선호도도 높은 편이었다. '아이는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가 있는 가정에서 자라야 행복하다'는 문항에 대해 한국 여성은 평균 3.74점, 남성은 3.56점을 기록했다. 이는 노르웨이(여성 2.28점, 남성 2.79점), 네덜란드(여성 2.67점, 남성 3.06점) 등 유럽 국가들보다 높아, 여전히 한국 사회 내에서 전통적인 가족 형태에 대한 신뢰가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 결과는 오는 17일 오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열리는 제140차 양성평등정책포럼에서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해당 조사를 주도한 조선미 부연구위원은 "이번 국제 비교 조사를 통해 한국의 특수성을 파악하고, 저출생 및 가족 정책 수립에 실질적인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