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정치권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머스크는 7월 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X, 구 트위터)를 통해 '아메리카당(America Party)' 창당을 공식 발표하며 새로운 정치 세력 형성을 선언했다.
머스크는 "여러분은 새 정당을 원했고, 이제 그것을 갖게 될 것"이라며 "오늘, 여러분의 자유를 되찾기 위한 '아메리카당'이 창당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의 미국 정치 구조에 대해 "낭비와 부패가 만연한 일당제 국가에 살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전날 독립기념일을 맞아 엑스에서 진행한 "양당제로부터의 독립을 원하느냐"는 온라인 투표에서 약 125만 명 중 65.4%가 찬성한 결과를 언급하며, 창당의 정당성이 대중의 지지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정치적 영향력 확보 방안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상원 2~3석, 하원 8~10석에 집중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며 "현재와 같은 근소한 의석수 차이에서 소수 정당의 영향력은 결정적일 수 있으며, 이는 국민의 진정한 의지를 반영하는 데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머스크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입법인 OBBBA 법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관계가 소원해졌다. OBBBA는 테슬라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인 전기차 인센티브와 배출권 거래제도에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어, 머스크의 사업 이해관계와 충돌한 바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머스크의 창당 선언이 내년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겨냥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기존 양당 체제에 실망한 중도 유권자를 흡수해 의회 내 캐스팅보트를 확보하고, 공화당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새로운 정당을 전국 규모로 운영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난관도 존재한다. 미국은 주별로 정당 등록 요건이 다르고, 제도적으로 기존 정당에 유리하게 설계돼 있어, 정당 운영에는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요구된다.
미국 CBS 방송은 "머스크처럼 재정적으로 여유 있는 인물조차 미국에서 전국 정당을 설립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보도했다. 선거법 전문가 브렛 카펠 역시 "대부분의 주 법률은 공화당과 민주당에 유리하게 짜여 있다"며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미국 대선에서 제3 정당이 유의미한 성과를 낸 마지막 사례는 1968년 조지 월리스가 이끈 미국 독립당"이라며 제3당의 부상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머스크가 창당한 '아메리카당'이 실제 정치 지형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양당 체제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이자, 정치적 대안 세력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미국 정가에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