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의 대표적인 반체제 인사였던 알렉세이 나발니(Alexei Navalny)는 죽기 전 "믿음은 삶을 더 단순하게 만든다. 신앙은 정치 활동뿐 아니라 삶 자체에 커다란 위로가 됐다"고 고백했다. 이는 그가 형무소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기 전, 자신의 기독교 신앙에 대해 언급한 글 중 일부다.
최근 나발니의 자서전 『패트리어트(Patriot)』의 새 문고판이 출간되면서, 그의 용기와 신념은 전 세계의 더 많은 독자들에게 알려지고 있다. 이 책은 2024년 2월 그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이후 처음 출판됐으며, 그의 신앙과 정치적 투쟁, 그리고 감옥 안에서의 삶이 담담하고도 강렬하게 기록돼 있다.
이는 단순한 정치인의 자서전이 아닌 한 인간이 어떻게 신앙을 통해 고통을 견디며, 독재 정권에 맞서 싸우고, 세상에 정의를 외쳤는지를 담은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을 "푸틴 대통령에 대한 가장 상징적인 반대 인사"로 만든 나발니는 독극물 암살 시도와 악명 높은 러시아 교도소에서의 수감 생활을 견뎌냈다. 그의 반부패재단은 러시아 정부 고위층의 비리를 폭로했고, 그 표적에는 블라디미르 푸틴도 포함돼 있었다.
그는 책에서 "신앙이 정치 활동뿐 아니라 삶 자체에서 커다란 위안이 되었다. 나는 항상, 그리고 공개적으로 믿음이 삶을 더 쉽게 만들고, 특히 정치 활동을 할 때 훨씬 더 큰 힘이 된다고 말해 왔다"며 "믿음은 삶을 단순하게 만든다. 감옥에 있으면서 예수님의 산상수훈(Sermon on the Mount) 총 111절을 러시아어, 영어, 프랑스어, 라틴어로 암송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두 달에 걸친 비밀 작전 끝에, 대변인 키라가 만들어 준 111장의 카드를 손에 넣었다. 각 카드의 앞면에는 절 수가, 뒷면에는 네 언어로 된 본문이 적혀 있었다"고 했다.
나발니는 독자들에게 "자신을 위해 희생하고 다른 이들의 죗값을 치른 종교의 창시자를 따르는 제자인가? 영혼의 불멸을 믿는가? 그렇다면 더 이상 무엇을 두려워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내 일은 하나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를 구하는 것이고, 그 외의 모든 일은 예수님과 그분의 가족에게 맡긴다. 그분들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으며, 내 모든 걱정을 해결해 주실 것이다. 여기 감옥에서 말하듯, 그분들이 나 대신 맞아 주실 것"이라며 신앙을 고백했다.
한편 러시아 당국이 나발니의 죽음에 대해 "산책 중 쓰러져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그의 지지자들과 국제사회는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의 아내 율리야 나발나야(Yulia Navalnaya)는 남편의 정신을 이어받아 푸틴 정권에 대한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 그녀는 푸틴을 '대통령'이라고 부르지 않으며, 그의 당선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2025년 초, 율리야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Truth Tellers) 컨퍼런스에 참석해 발언했으며, 이 행사에는 로이터 편집장 알레산드라 갈로니, 더럼대 부총장 캐런 오브라이언, 언론인 티나 브라운 등이 공동 주최자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