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장강명이 신간 『먼저 온 미래』를 통해 인공지능(AI)이 인간 사회에 몰고 올 근본적인 변화를 짚어냈다. 기자 출신인 장 작가는 바둑계가 AI 충격을 가장 먼저 경험한 영역이라고 밝히며, 이 변화가 문학과 종교, 나아가 우리 삶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 작가는 "나는 바둑계에 미래가 먼저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먼저 온 미래』는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 이후 바둑계에 불어닥친 격변을 중심으로, 전·현직 바둑 프로기사 30명과 전문가 6명을 직접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생생히 담아냈다.
당시 세상을 놀라게 한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은 바둑이라는 한 영역에 그치지 않았다. 장 작가는 "AI가 인간을 이길 것이라고 예측한 이는 거의 없었다"며, "그 충격은 단순한 승패를 넘어 예술성과 인간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의 대국 후 "바둑을 예술과 같은 것으로 배웠다. 그러나 예술 그 자체가 무너져버렸다"는 말을 남기고 은퇴했다. 장 작가는 이 발언을 깊이 있게 분석하며, AI의 등장으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프로기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노동과 가치의 전환을 조명했다.
AI가 가져온 변화는 바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장 작가는 AI가 이미 다양한 산업에서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으며, 이 변화가 경제적 효율성과 수익성을 내세워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고, 사회 시스템이 그 속도를 더욱 가속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기술 발전에 대한 과도한 기대나 낙관주의는 물론, 무조건적 자연주의 또한 위험하다고 강조한다. "기술이 가치를 이끌어서는 안 되며, 가치가 기술을 인도해야 한다"고 말하며, 인문학의 역할과 중요성을 역설했다.
장 작가는 AI를 둘러싼 현실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내놓는다. 그는 "인공지능은 그저 도구일 뿐이며, 사용 여부는 각자의 선택이라는 말은 틀렸다"고 강조했다. 이어 "AI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AI를 사용하는 이들로 인해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바뀌고 영향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먼저 온 미래』는 기술 변화 그 자체가 아닌, 그것이 사람과 공동체에 어떤 방식으로 침투하고 변화를 이끄는지를 성찰하는 책이다. 장 작가는 바둑계를 시작으로 문학, 종교, 신앙 공동체까지 AI의 영향력이 깊숙이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주며, 기술을 넘어서 인간 존재의 방식이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AI와의 공존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 지금, 장강명 작가는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가치를 지켜야 할지를 묻는다. 기술이라는 파도 속에서도 인간 고유의 의미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이제 모두에게 던져진 과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