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사회의 중심에서 길을 잃은 수많은 이들에게 "진짜 삶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더 이상 철학적 사유의 대상이 아니다. 막연한 불안, 정보의 과잉, 관계의 피로, 세속적 성공에 대한 강박 속에서 인간은 진정한 삶의 기준을 다시 찾아야만 한다. 그런 시대에, 21세기 기독교 영성 작가로 주목받는 저자 리치 빌로다스 목사는 <좁은 길, 그 생명 길로>라는 신작을 통해 예수의 산상수훈을 삶의 지표로 제시한다.
좁고 낯선 길, 그러나 유일한 생명으로의 초대
2021년 <예수님께 뿌리내린 삶>으로 크리스채너티 투데이에서 '영성 부문 올해의 책'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저자는 이번 책에서 '행복'과 '좋은 삶'이라는 가장 오래된 질문에 대해, 예수님의 역설적인 대답을 다시 꺼내 든다. 바로 "좁은 길". 고통과 갈등, 분노와 유혹의 길을 외면하지 않되, 그 안에서 어떻게 예수님과 함께 걷고자 하는가? 이 책은 그러한 영적 여정의 실천적 가이드이다.
그 길은 넓고 화려하지 않다. 성공과 자아실현, 쾌락과 효율이 지배하는 오늘날의 가치관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길은 생명의 길이 될 수 있다. 빌로다스는 단순히 이상을 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실패와 상처, 회복의 경험을 성찰과 함께 담아내며, 독자들에게 '신앙이란 무엇을 믿는가'뿐 아니라 '나는 누구로 살아갈 것인가'라는 정체성의 질문을 던진다.
"예수님은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될지를 원하신다"
이 책에서 가장 빛나는 지점은, 예수님의 가르침이 '행동의 교정'에 그치지 않고 '존재의 변화'를 요청한다는 통찰이다. 크리스천은 '옳은 일'을 하면서도 그것을 하는 이유를 성찰하지 못할 때가 많다. 예컨대 누군가를 돕는 행동이 정말 사랑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단지 관계를 유지하거나 비난을 피하기 위한 것인지 묻지 않는다. 저자는 행동보다 더 깊은 층위에 있는 동기의 성찰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기독교 신앙이 단지 외적 윤리가 아니라 내면의 재창조라는 사실을 환기한다.
특히 "애통의 영성"에 대한 논의는 현대인의 분노와 슬픔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신선한 시각을 제시한다. 분노는 문을 닫지만 애통은 문을 연다. 분노의 뿌리가 슬픔에 있다는 통찰은, 독자들이 자신의 감정을 하나님의 임재 안에서 새롭게 이해하도록 이끈다.
예수의 윤리, 억압이 아니라 '은혜로 질서 잡힌 삶'
책의 후반부에서는 성(性)에 관한 윤리, 자기 성찰, 공동체 속에서의 사랑, 원수 사랑 등 예수님의 좁은 길이 삶의 구체적 영역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다룬다. 단순한 도덕주의적 통제나 율법적 순종이 아닌, 사랑과 관계 안에서 드러나는 질서 있는 삶의 방식이 강조된다. 특히, 현대 그리스도인들이 자주 빠지는 '영적 엘리트주의'와 '전도 대상화'의 함정을 지적하며, 예수 그리스도가 죄인들과 친구가 되셨던 그 자리에 오늘 크리스천도 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묻는다. "원수가 많은 당신, 그것이 예수님을 따르기 때문인가, 아니면 예수님의 이름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기 때문인가?" 이는 신앙인의 존재 방식에 대한 가장 날카롭고도 본질적인 질문이 된다.
일상 속 좁은 길, 그 길은 실천이다
<좁은 길, 그 생명 길로>는 삶과 신앙, 내면과 외면을 아우르는 실천적 영성서다. 저자는 '성찰 기도'의 네 가지 질문을 통해 매일의 삶이 '하나님의 임재 안에서 살아가는 훈련'이 될 수 있도록 독자들을 안내한다. 그것은 거창하거나 특별한 기도가 아니라, 하루를 돌아보며 하나님과 나 자신 앞에 정직해지는 훈련이다.
이 책은 성숙한 신앙과 영성의 길을 갈망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초대장이다. 동시에, 메마른 시대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다시금 묻고자 하는 이들에게 주는 깊은 위로이자 도전이다. 진정한 '좋은 삶'은 무엇인가? 이 책은 주님과 함께 걷는 '좁은 길'이 바로 그 해답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