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여인이 있다. 이름은 '나오미'. 성경 룻기의 배경 속에서 늘 '룻의 시어머니'로만 기억되어 온 여인이다. 때로는 무대 뒤에 조용히 물러나 있던 조연처럼, 그녀는 구속사의 연대기 속에서 잊히고, 침묵하며, 고통을 안고 살아낸 인물로 비쳐졌다. 그러나 <나오미뎐>은 이 잊힌 여인을 조명하며, 단지 성경 인물의 회고가 아닌, 고통과 상실의 자리에 임하는 하나님의 은혜를 깊이 있게 증언하는 책이다.
"그녀는 말할 수 없어 침묵했고, 너무 아파 기도조차 되지 않았다"
<나오미뎐>은 소리 없이 무너진 인생을 살아낸 한 사람의 이야기다. 남편을 잃고, 두 아들을 묻고, 돌아올 고향조차 낯설었던 나오미는 세상의 관점에서는 실패자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나오미의 심연 속으로 들어가, 말 없이 살아낸 시간도 하나님은 결코 잊지 않으셨음을, 하나님은 말 못할 자에게도 말씀하신다는 진리를 드러낸다.
저자 다니엘 오는 성경 본문에 대한 풍부한 배경 지식과 신학적 통찰, 그리고 문학적 감성을 결합해 룻기 속 '나오미'의 서사를 오늘의 언어로 되살린다. 그는 묻는다. "복음은 누구의 것인가?" 그리고 이렇게 답한다. "복음은 말하지 못한 이의 것이며, 무너진 자의 것이며, 끝까지 버티는 자의 것이다."
잊힌 여인을 통해 되살아나는 기억의 하나님
책은 나오미의 침묵 속 고백을 대신하며, 고통이 끝이라고 말하는 시대에 복음은 그 자리에서 시작된다고 선언한다. '말하지 못했던 자'의 자리에서 피어난 하나님의 복음, 그것은 단지 위로가 아니라, 실제 회복의 시작점이 되는 은혜다.
<나오미뎐>은 단지 성경적 묵상이 아니라, 한 편의 서정시처럼 독자의 마음을 두드리는 영적 여정이다. 상실과 절망의 길 위에서, 저자는 끊임없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건넨다: "결국, 다 걷고 나니, 여전히 그 자리에 십자가가 서 있었다."
이 책을 덮을 무렵, 독자는 알게 된다. 성경의 무대에서 조연처럼 여겨졌던 인물이 하나님의 구속사를 이어가는 결정적인 통로였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깨달음은 조용한 위로가 되어 오늘 각자의 삶에도 스며든다.
상실과 절망 이후, 다시 복음의 자리로 초대하는 책
<나오미뎐>은 삶이 무너진 자리에서 성경을 다시 읽고자 하는 이들, 복음을 '말하는 언어'가 아닌 '버티는 삶'으로 경험해온 이들, 혹은 아직 회복되지 못한 이들에게 따뜻한 동행자가 되어줄 것이다.
크리스천은 종종 설교하고, 간증하고, 논증하는 신앙의 언어에만 익숙하다. 그러나 이 책은 침묵하는 신앙, 버티는 신앙, 무너졌지만 포기하지 않는 신앙도 하나님이 기억하시며 복음으로 삼으신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하나님은 그 여인의 무너짐 위에 회복의 집을 지으셨고, 말하지 못한 입술을 통해 복음의 계보를 이어가셨다."
<나오미뎐> - 여전히 그 자리에 계신 하나님의 이야기
<나오미뎐>은 성경 인물의 단순한 해석을 넘어선다. 그것은 잊힌 자를 기억하시는 하나님, 침묵하는 자에게 말씀하시는 하나님, 그리고 무너진 자에게 복음의 시작을 맡기시는 하나님의 이야기다.
이 책은 지금, 믿음의 언어조차 되지 않는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독자에게 필요한 한 권의 복음이다. 고통을 지나온 모든 이에게, 하나님은 여전히 그 자리에 계신다고 말해주는 조용하지만 강력한 증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