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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는 격언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지혜의 말로 여겨진다. 조용함이 미덕으로 통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미국 하버드대학교 교수이자 협상전문가인 일레인 린 헤링(Elaine Lin Hering)은 이 같은 통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녀는 신간 『침묵 깨기(Breaking the Silence)』를 통해 우리가 언제, 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를 짚으며, 침묵이 반드시 바람직한 선택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헤링 교수는 책에서 침묵이 일시적인 평화를 가져올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개인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반복되는 침묵은 자기 의심을 키우고, 인격의 경계를 흐리며, 사고력을 저하시킨다. 또한, 고통을 더욱 심화시켜 결국에는 "한 사람의 자아를 지우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그녀는 "우리의 개인적, 집단적 안전과 안녕, 발전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말하는 '말하기'란 단순한 의사 표현을 넘어서, 책임감 있는 소통을 의미한다. 침묵을 지키는 타인을 존중하되, 그들과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헤링 교수는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침묵이 무기처럼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내면에 갈등이 있어도 이를 표현하지 않고 참고 넘어갈수록, 결국 자신의 가치관과 사고력, 고유한 의견은 점점 흐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책에 등장하는 다음의 인용은 이러한 위험성을 잘 보여준다. 

"가까운 사람이 하는 일에 대해 우리가 내적 갈등을 느낄 때도 그 성가신 목소리를 조용히 시키면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 (...) 계속해서 남의 뒤치다꺼리를 하고 그에 대한 보상을 받으면서 세월을 보내다 보면 자신에게 가치관, 사고 과정, 자기만의 의견이 있다는 사실을 잊을 수 있다. 목소리의 힘을 잃을 수 있다." 

『침묵 깨기』는 단순히 말을 하라고 주문하지 않는다. 오히려 왜 말을 해야 하며, 침묵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다층적으로 설명한다. 특히 침묵의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이 책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과 세상을 표현할 용기를 일깨우며, 목소리를 되찾는 것이 곧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드는 시작점임을 강조한다. 

이 책은 협상 기술에 국한되지 않는다. 말의 윤리, 표현의 용기, 관계의 회복 등 개인과 사회가 마주한 다양한 문제를 통합적으로 다룬다. 침묵을 강요받는 시대, 말하기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자기 존재를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행동이 되어야 한다. 『침묵 깨기』는 그런 결심에 필요한 첫 문장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