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추진되던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한미 정상회담이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귀국으로 무산됐다. 대통령실은 현지시간 6월 17일, 이번 회담 취소의 배경과 향후 재추진 계획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워싱턴으로 복귀하게 되면서, 예정돼 있던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못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자회의에서는 간혹 불가피한 변수들이 발생하는데, 이번 사안은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군사적 충돌 문제와 연관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측은 사전 양해를 구해왔다"고 전했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당일 밤 워싱턴으로 돌아가 여러 중대한 사안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회담 취소는 외교적 결례라기보다는 갑작스러운 국제 정세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담은 고율 관세 유예 조치 종료를 앞두고 실질적인 협의가 기대됐던 중요한 외교 이벤트였다. 특히 자동차와 철강을 비롯한 일부 한국 수출품에 대한 관세가 이미 재적용되고 있어 정상 간 조율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대통령실은 관세 유예 조치가 다음 달 8일 종료 예정인 만큼, 실무 및 장관급 협의가 이어지고 있더라도 정상 간 대화의 공백이 아쉬운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귀국 직전 영국 키어 스타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이는 미국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요국들과 유예했던 상호 관세 조치 중 첫 번째 정식 무역협정 사례로, 국제 무역환경 변화 속에서 미국의 실리 외교를 드러낸 행보로 평가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이 무산됐다는 보고를 받은 뒤 별다른 반응 없이 "가급적 빠른 시일 내 다시 추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오는 6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이 성사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위성락 실장은 "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할 경우, 그 자리가 새로운 회담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무산되며, 이 대통령의 첫 G7 외교무대에서의 주목도는 다소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세 문제뿐 아니라 경제 및 안보 분야에서 미국과의 전략적 협의를 통한 실질적 성과 창출이 기대됐던 만큼, 추후 회담 성사 여부가 향후 외교 방향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한편 한미 회담의 공백 속에 한일 정상회담의 중요도는 한층 높아졌다. 대통령실은 17일 이재명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간의 정상회담이 개최된다고 밝혔다. 올해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자 광복 80주년을 맞는 해로, 경제 협력 및 안보 공조 강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에서는 과거사 문제의 언급 여부도 주목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양국은 과거사 문제는 잘 관리해 나가면서 미래지향적 협력을 강화하자는 데 견해를 같이했다"며, "이견이 존재하지만 건설적인 분위기에서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조율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나가시마 아키히사 일본 총리 보좌관이 최근 언급한 역사 문제 관련 '3대 원칙'에 대해서는 "해당 발언은 보좌관 개인의 견해로 보이며, 이번 정상회담 의제에 포함될지는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의 G7 첫 외교 무대는 한미 정상회담이라는 핵심 일정을 놓치며 다소간 아쉬움을 남겼지만, 나토 정상회의 등 이후 외교 일정에서 만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통령실은 향후에도 정상 간 조기 회담 추진을 통해 실질적인 외교성과를 도출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