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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아침, 가장 많은 성도가 모이는 시간. 독자들이 속한 예배당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가? 나이도 비슷하고, 생김새도, 경제적 형편도, 언어도, 성향도, 관심사도, 어쩌면 정치 성향까지 놀라울 정도로 닮은 사람들끼리만 함께 예배드리는 모습이 낯설지 않은 한국 교회의 현실. 스캇 맥나이트는 이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짚어낸다. 교회가 비슷한 이들이 모이는 안전지대가 된 순간, 하나님의 급진적인 실험은 실패하고 만다.  

<서로 다른 우리, 하나의 교회>는 오늘날 교회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정면으로 묻는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단순하다. 교회는 결코 '같은 이들끼리' 모이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절대로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하나가 되도록 만들어진, 하나님의 가장 과감하고도 혁명적인 사회적 실험이다. 

"교회는 닮은 점이 없는 사람들을 한 상에 데려오는 하나님의 실험입니다." 

신약학자이자 초대교회의 공동체 정신을 꾸준히 연구해온 저자 스캇 맥나이트는 이 책에서 오늘날 교회가 직면한 가장 깊은 병을 드러낸다. 그것은 '분열'이라는 단어보다 훨씬 뿌리 깊고 교묘한 현상이다.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어울리는 교회, 다른 배경의 사람들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각자의 방 안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교회. 그 안에는 하나님이 꿈꾸셨던 하나 됨, 곧 에클레시아(Ekklesia)의 본질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맥나이트는 초대교회에서 유대인과 이방인이 한 몸이 되어 함께 식탁을 나누었던 '불가능한 공동체'의 탄생을 다시 상기시킨다. 그는 특히 사도 바울의 사역을 집중 조명하며, 바울이 단지 교리를 가르치기 위해 존재했던 인물이 아니라, 서로 극단적으로 다른 문화와 출신을 지닌 이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세우려 했던 교회 통합의 건축가였음을 부각시킨다. 

여섯 가지 주제로 살펴보는 참된 교회 공동체의 삶 

저자는 단순히 현상을 진단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오늘날 교회가 회복해야 할 공동체 정신을 여섯 가지 주제로 풀어낸다. 구체적인 사회경제적 계층, 인종, 성별, 교육 수준, 문화, 취향의 차이를 넘어선 '교제의 복음'을 회복하는 삶이 무엇인지, 성경에 근거한 실제적 접근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자신이 지금까지 이상적인 교회로 상상해왔던 모습이 하나님의 나라와 얼마나 다른지, 또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세우려 했던 공동체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생생히 느낄 수 있게 된다. '내가 편한 교회'를 넘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통렬한 자각이 일어난다. 

"그들과는 함께할 수 없어"라는 내면의 목소리를 꿰뚫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단지 추상적인 이상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실제로 마음속에 품고 있는 배타성, 편향성, 심지어 차별의 습관을 똑바로 응시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게이, 외국인 노동자, 가난한 이, 장애인, 학력이 낮은 이, 사회적으로 존중받지 못하는 이들"을 실제로 우리의 식탁에 초대할 수 있는가? 맥나이트는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그리스도인의 삶은 바로 이런 질문에 응답하는 삶이라고 말한다. 

하나 됨은 구호가 아니라 실천이다 

<서로 다른 우리, 하나의 교회>는 교회의 정체성 회복을 요구한다. 그것은 단지 조직 개편이나 프로그램 개선의 문제가 아니다. 본질적인 믿음의 문제이며, 성도 개개인의 신앙의 지평을 넓히는 영적 결단의 문제다. 예배당 안에서 나와 '다른 이'를 보며 무의식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었던 모든 순간이 이 책 안에서 되돌아온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이 교회가 교회다울 수 있었던 기회를 잃은 순간이었음을 깨닫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