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도인의 삶의 가장 큰 적은 누구일까? 데이비드 씨맨즈는 이 시대를 향해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도 '남 탓'에 갇혀 있지 않은가?"라는 물음과 함께, 오랜 상담 사역의 현장에서 길어 올린 통찰을 한 권의 책으로 응축해냈다.
이 책은 단순한 자기계발서나 심리 치유서가 아니다. 과거의 상처와 고통에서 벗어나 하나님이 주시는 자유와 책임의 삶으로 나아가도록 돕는 영적 안내서다.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되,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말고 '승리자'로 다시 일어서라 말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성경이 말하는 "책임"과 "회복"이라는 놀라운 역설이 놓여 있다.
"성경은 피해자를 말하지만, 피해의식은 허용하지 않는다"
씨맨즈 박사는 말한다. "성경에는 수많은 피해자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이 피해자로 남는 것을 하나님은 원하지 않으신다." 그렇다. 요셉은 형들에게 팔렸고, 다윗은 오랫동안 사울에게 쫓겼으며, 요나는 억울하게 물고기 뱃속에 갇혔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탓>은 이처럼 과거의 고통이 '나 자신'이 되어버린 현대인의 정체성 위기를 직시하며, "만약 ...만 했더라면"이라는 후회의 수렁에서 벗어나라고 촉구한다. 특히 저자는 요한복음 11장, 마르다와 마리아가 나사로의 죽음 앞에서 예수님께 던진 말인 "주님이 여기 계셨더라면... 을 중심으로 "과거형 믿음"과 "현재형 믿음"의 차이를 설명한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믿기만 하면 하나님의 영광을 보리라."
과거에 머무르며 남을 탓할 것인가, 아니면 오늘도 살아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할 것인가? 선택은 독자에게 달려 있다.
"'작은 일'에서 순종하지 않으면 '큰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씨맨즈는 <탓?에서 피해의식이 어떻게 자기 정체성과 삶의 방식 전체를 왜곡하는 기초가 되는가를 깊이 파헤친다. 누구나 불공평한 일을 겪는다. 그러나 그는 단언한다.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과거를 보는 시선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작은 일에서의 순종이다. "이건 너무 사소해요"라는 말로 하나님의 손길을 거부하는 순간, 그리스도인은 인생의 주인을 다시 자신에게로 돌려놓는 셈이 된다. 반면에 아무리 작은 순종이라도, 하나님께서는 그곳에서 일하기 시작하신다.
치유와 회복은 '믿음'과 '감사'로부터 시작된다
책은 단순한 문제 진단에서 멈추지 않는다. 회복을 위한 실제적이고 영적인 처방을 제시한다. 무조건적인 긍정이 아닌,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 곧 감사와 찬양의 시선이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은 고통까지 감사하라는 초인적인 요구가 아니다. 씨맨즈는 이 말씀의 참뜻을 이렇게 해석한다: "하나님은 일이 잘 되었기 때문에 감사하라고 하시지 않는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그분을 신뢰하며 감사하는 태도 자체를 원하신다."
"예수님은 피해자들과 함께 울고 계신다"
저자는 놀라운 하나의 사례를 들려준다. 성폭력 피해자 한 여성이 예수님의 십자가에서 벌거벗겨진 모습을 바라보며 깨달았다고 한다.
"예수님은 내가 겪은 그 수치와 아픔을 이해하신다. 그분도 당하셨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감의 십자가는 단지 죄를 용서하는 도구가 아니라, 피해자의 내면 깊은 곳까지 위로하고 회복시키는 하나님의 방식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믿는 것이고, 믿음은 하나님이 다 하실 수 있다는 고백이다" 이 책은 끝으로 우리 모두가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의 변화 가능성을 믿지 않는 순간, 그들을 묶어 둔 채 하나님의 손까지도 묶어 두는 결과가 된다. "풀어 놓아 다니게 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사역자뿐 아니라 우리 모두를 향한 명령이다.
이 책은 과거의 상처에 발목 잡힌 채 변화하지 못하는 이들, 누군가를 용서하지 못하고 마음에 쓴 뿌리를 품은 이들,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피해의식과 원망 속에 갇혀 있는 모든 이들. 자신 또는 타인의 변화 가능성을 믿지 못하는 교회 리더와 상담자들에게 추천된다.
이 책은 남 탓으로 얼룩진 우리 시대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일하신다"는 믿음을 선포한다. 그리고 "회복은 반드시 가능하며, 그 길은 하나님께 시선을 다시 드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선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