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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 정부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무려 380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다. 육아휴직 확대, 보육수당 지급, 출산장려금 등 다양한 정책이 시행됐지만 출산율은 오히려 하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38개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에 머물렀다. 이는 OECD 평균 1.51명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서울대학교 문명사학자 김태유 교수는 저서 『청년이 없는 나라』에서 이러한 현실을 단순한 정책 실패가 아닌, 구조적인 인구 위기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형 초저출산이 갖는 고유한 문제들을 분석하며, 청년과 고령세대가 함께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다. 

김 교수는 현재 한국 사회의 인구 구조가 피라미드형에서 역피라미드형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청년 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고령 인구는 빠르게 증가하면서, 사회가 부담해야 할 부양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경제 전반에 걸쳐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며, 장기적인 국가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김 교수는 저출산의 본질적 원인을 극심한 경쟁과 수도권 과밀화에서 찾는다. 과거의 한국 사회가 "참으면 보상이 따르는" 구조였다면, 오늘날 청년 세대는 정체된 경제 속에서 치열한 생존 경쟁을 치러야 하는 현실에 내몰려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연애, 결혼, 출산은 삶의 우선순위에서 자연스레 밀려나게 된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김 교수는 단기 처방이 아닌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이모작 사회' 개념이다. 이는 인생을 두 시기로 나누어 두 번째 직업을 갖는 사회 구조를 말하며, 고령 인구(55~74세)의 잠재 역량을 새롭게 활용하자는 취지다. 

그는 단순히 정년을 연장하는 방식이 아닌, 고령층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새로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사회와 제도가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세대 간 경쟁이 아닌, 세대 간 분업 구조가 가능해지고 지속 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책은 청년을 문제의 원인으로 삼기보다는, 그들의 상황과 선택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저출산은 희망을 잃은 청년들이 외친 '헬조선'이라는 비명에 귀를 닫은 결과다"라며, 청년 세대를 향한 공감과 구조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하게 피력한다. 

『청년이 없는 나라』는 출산율이라는 숫자 이면에 숨은 사회 구조의 모순을 드러내며, 청년과 고령세대가 함께 역할을 나누는 새로운 사회 모델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김 교수는 진정한 해법은 숫자가 아닌 사람, 특히 청년의 현실을 직시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