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칸소주에서 공립학교 교실마다 십계명을 게시하도록 의무화한 새 법안이 위헌 논란에 휘말렸다. 이에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연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11일, 아칸소주 주민 가족들과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미국국가와교회분리연합(AUSC), 종교로부터의자유재단(FFRF)은 공동으로 아칸소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이들은 주 정부가 공립학교 내 모든 교실과 도서관에 십계명을 게시하도록 의무화한 법이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법은 새라 허커비 샌더스 아칸소 주지사가 올해 초 서명해 공표했으며, 오는 8월부터 효력이 발생할 예정이다. 주요 내용은 모든 공립학교가 교실과 도서관 내 눈에 띄는 곳에 십계명을 인쇄물 형태로 게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송에 참여한 가족들은 유대교, 기독교계 유니버설리스트, 무종교자 등 다양한 신앙 배경을 지닌 이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십계명 게시가 특정 종교를 강요하고 정부가 종교적 유물을 선호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소장에는 "학생들이 매일 교실에서 기독교 중심의 십계명을 마주하게 되는 것은 선택권 없이 특정 종교를 접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조치는 학생들의 신념을 침해하고 교육환경을 왜곡한다"는 주장이 담겼다. 

원고 중 한 명인 사맨사 스틴슨은 보도자료에서 "어린 자녀들이 하루 종일 원하지 않는 종교적 메시지와 함께 생활하도록 만드는 것은 종교 사상을 강요하는 것이며, 이는 공립학교의 중립적 교육 원칙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유사한 법은 루이지애나주에서 최초로 통과됐으나, 올해 1월 1일 시행 직전 연방 법원이 긴급 중지 명령을 내렸다. 당시 판결은 해당 주의 다섯 개 학군에만 적용됐지만, 이후 십계명을 실제로 게시한 다른 학교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아칸소주에서는 페예트빌, 벤턴빌, 실로암스프링스, 스프링데일 등 네 개 학군의 교육청이 피고로 지목됐다. 페예트빌 교육청 대변인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이므로 언급을 삼가겠다"고 밝혔으며, 나머지 교육청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아칸소주 법무장관 팀 그리핀은 "이번 소송 내용을 검토한 뒤 대응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이 미국 헌법에 명시된 정교분리 원칙과 종교의 자유 보장 조항에 대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법안이 예정대로 시행될 경우, 공립학교 내 종교적 표현에 대한 새로운 법적 기준을 제시하게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이 향후 다른 주의 유사한 입법 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국 전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