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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변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이 날카로운 선언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다. 그것은 이미 시작된 거대한 흐름에 대한 분석이며, 지금 우리 교회가 직면한 현실이다. <5무 교회가 온다>는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교회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데이터와 현장 경험을 기반으로 깊이 있게 제시하는 책이다.  

교회 브랜딩 전문가가 말하는 변화의 징후 

이 책의 저자는 단순한 이론가가 아니다. 천로역정 순례길과 월드비전 캠페인을 기획하고, 다수의 교회와 선교단체 브랜딩을 직접 수행해온 '현장 전문가'다. 그는 신학과 디자인을 아우르는 이중의 시야로 지난 10여 년간 미국과 유럽의 젊은 교회들을 탐사하고 분석해왔다. 

그 결과 발견한 놀라운 공통점이 바로 '5무(無)' 교회다. 로고에 십자가가 없고, 새벽예배도 없고, 성경공부도 없으며, 구역이 없고, 장로 직분도 없는 교회들. 그런데 이 교회들이 지금,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청년층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는 이 역설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왜 청년들은 5무 교회에 열광하는가?" 

MZ세대는 '하나님'을 떠난 것이 아니라 '교회 방식'을 떠났다 

<5무 교회가 온다>는 한국 교회가 직면한 청년 이탈 현상을 피상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저자는 지금의 청년 세대를 모바일 네이티브이자, 온·오프라인을 경계 없이 살아가는 세대, 그리고 '관계'보다 '경험'과 '취향'을 중시하는 세대로 정확히 진단한다. 

이 세대는 전통적인 교회 구조 안에서 정해진 역할을 따르기보다, 자신의 감정과 선택, 가치관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형성한다. 이 책은 그런 세대에게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다. 성수동의 팝업스토어, 감성 카페, 브랜드 리브랜딩 사례를 통해, 교회가 단순히 종교 활동을 위한 곳이 아니라 청년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정체성을 반영하는 '머물고 싶은 장소'가 되어야 한다는 비전을 제시한다. 

'브랜딩'은 복음의 본질을 흐리는가? 아니다, 더 잘 전달하는 도구다 

이 책은 "로고에서 십자가를 지운 교회는 복음을 포기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신중하고 정직하게 답한다. 저자는 신학의 본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표현 방식은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오히려 미국과 유럽의 교회들은 로고와 외관에서는 심플함을 추구하되, 설교와 찬양, 공동체 예배에서는 십자가의 의미를 더욱 깊이 있게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한다. 

즉, '5무'는 신학적 타협이 아니라 전달 방식의 전략적 선택이다. 브랜딩은 더 많은 사람에게 복음을 전달하기 위한 새로운 언어이며, 디자인은 세속을 닮기 위한 것이 아니라 거룩을 새롭게 경험하도록 돕는 수단이라는 저자의 메시지는 묵직하게 다가온다. 

교회가 알아야 할 지금, '청년의 일상' 

이 책의 가치는 분석에만 머물지 않는 데 있다. 저자는 청년들이 왜 교회를 떠났는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교회의 정치화 ▲공동체 안에서의 상처와 위선 ▲설교의 현실 부적응성 ▲지적 질문에 대한 무관심 ▲온라인 예배로 인한 실질적 이탈 

이러한 문제들을 덮거나 외면하지 않고 직시한 후,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은 '대형 프로그램'이 아니다. 오히려 청년들의 일상과 취향을 연결하는 작고 구체적인 연결점들이다: ▲달리기 모임으로 시작된 교회 '파크런' ▲로컬스티치 크리에이터 타운 서교 같은 협업 공간 ▲'소셜링'을 기반으로 한 자연스러운 공동체 경험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교회도 '새생명축제' 같은 고전적인 행사를 반복하기보다 새로운 연결의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는 실제적인 고민과 통찰이 녹아 있다. 

교회의 미래는 누구와 함께 읽느냐에 달려 있다 

<5무 교회가 온다>는 청년들을 위한 책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청년을 다시 품고자 하는 장로와 목회자, 교회 리더십'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저자는 세대 간의 공감과 소통이 절실히 필요한 지금, 이 책이 청년이 장로님께 선물하고 함께 읽을 수 있는 첫 번째 책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교회의 브랜딩, 공간, 공동체 구조, 리더십, 그리고 복음의 전달 방식에 대해 다세대가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교재로 활용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새로운 교회는 '예언'이 아닌 '관찰'에서 시작된다 

흥미롭게도 저자는 이 책을 '예언서'가 아닌 '트렌드 관찰서'로 소개한다. 신앙의 본질을 바꾸지 않으면서도 시대의 흐름을 민감하게 읽고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이 책은, 교회가 새로워지기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실용적이면서도 영적인 나침반이 되어 줄 것이다. 이 책은 단순한 대안이 아니다. 

"우리 교회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그 답을 찾고 싶다면, <5무 교회가 온다>를 교회의 모든 세대와 함께 펼쳐보길 바란다. 새로운 부흥의 첫걸음이 이 책에서 시작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