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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도신경을 얼마나 자주, 또 얼마나 진심으로 고백하고 있는가?" 이 단순하면서도 본질적인 질문은 신간 <우리의 크레도>의 출발점이다. 교회에서 습관처럼 암송되는 사도신경은 종종 교리적 문장으로만 소비된다. 그러나 이 책은 신앙고백의 언어를 단순한 교리적 선언이 아닌 존재의 응답, 실존의 외침으로 다시 불러낸다. 

<우리의 크레도>는 교리와 삶 사이, 초월과 내재, 존재와 실존 사이의 간극을 거침없이 파고든다. 저자는 이를 단순한 설명이나 해설에 머물지 않고, 하나님과의 만남이 일어나는 '접속면'에서 신앙의 고백이 실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접속면'은 하늘과 땅이 맞닿고, 하나님의 존재가 우리의 실존 안으로 침투하는 자리다. 거기서 비로소, "나는 믿습니다"라는 고백은 현실로 울려 퍼지며, 구체적인 삶의 결단으로 이어진다. 

사도신경, '살아있는 신앙'으로의 초대 

이 책은 사도신경의 15개 항목을 따르면서도, 이를 5개의 큰 주제로 재구성했다: 전능성의 숭고, 성육신의 비밀, 부활과 심판, 성령과 공동체, 구속과 미래. 각 장마다 단순한 교리 설명을 넘어서, 독자의 삶에 어떻게 이 신앙고백이 육화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하나님은 우리를 자유롭게 하시기 위해 전능하신 분"이라는 설명부터, "부활은 죽음을 끊고 생명의 차원을 여는 사건"이라는 깊은 통찰까지, 독자는 기존에 알고 있던 교리 언어가 삶의 자리에서 어떻게 재해석되고 실천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는다. 

특히 각 장의 말미에 등장하는 칼 바르트와 폴 틸리히의 신학적 통찰은 이 책의 이론적 깊이를 더한다. 초월의 하나님을 강조한 바르트와, 실존적 불안 속에서 믿음을 성찰한 틸리히의 시선은 존재와 실존의 긴장을 균형 있게 감싸 안는다. 이 대화는 독자가 한 편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신앙의 양극이 서로를 통해 더 깊이 드러나는 과정을 따라가도록 돕는다. 

익숙함을 뚫고 나오는 신선한 질문들 

이 책은 독자를 단지 신학적 고백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을 점검하고 성찰하게 만드는 깊은 질문들을 던진다. "전능하신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성육신이 내 삶의 현실 안에서 어떤 새 출발을 의미하는가?", "십자가는 어떻게 나를 창조적 자기비움으로 이끄는가?", "부활을 믿는다는 것은 죽음을 어떻게 대면하는 태도를 요구하는가?" 

빌라도 앞의 예수, 동정녀 마리아의 순종, 성령의 임재와 성도의 교제, 몸의 부활과 영원한 생명 등 사도신경 속 익숙한 문장들은 저자의 손을 거쳐 실존적 무게를 가진 질문과 응답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것은 곧, 지금 이 시대의 신앙인에게 고백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는 도전이 된다. 

고백은 선언이 아니라 응답이다 

<우리의 크레도>는 단순한 신학서가 아니다. 그것은 '살아있는 고백의 예술'을 탐구하는 깊은 묵상서이자 실천서이며, 한 사람의 신앙이 어떻게 고백을 통해 존재의 차원으로 이행되는지를 보여주는 영적 지도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고백이란 결국 "내가 하나님 앞에서 존재하는 방식에 대한 응답"이라고 말한다. 

그 응답은 독백이 아니라 함께 드리는 '우리의 크레도'가 되어야 한다. 개인의 고백이 공동체의 언어로 확장되고, 교회의 고백이 시대를 향한 선포가 될 때, 그 고백은 진짜 신앙이 된다. 

이 책은 삶과 신앙 사이에서 답을 찾고자 하는 그리스도인, 사도신경의 깊은 의미를 되새기고 싶은 평신도 및 목회자, 존재와 실존, 초월과 내재의 긴장을 품은 깊은 신학적 통찰을 원하는 이들, 신앙 고백을 '살아있는 응답'으로 바꾸고자 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추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