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확실성과 불안이 일상이 된 오늘날, 시대를 꿰뚫는 통찰로 신앙의 본질을 다시 묻는 책이 출간되었다. 20세기 개신교 신학의 거장 칼 바르트가 해설한 <하이델베르크 신앙문답>이 김산덕 목사(일본 토치기 교회 담임)의 번역으로 국내 독자들을 찾아왔다. 전쟁 직후 폐허 위에서 "사나 죽으나 당신의 유일한 위로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강연을 시작한 바르트의 목소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생생하다. 이 책은 단순한 교리 해설서가 아니라, 신앙 고백의 언어를 통해 삶의 가장 본질적인 물음에 응답하려는 치열한 영적 탐구의 기록이다.
400년을 뛰어넘는 위로의 언어, 신앙의 유산과 현대의 만남
<하이델베르크 신앙문답>은 1563년 독일 개혁파 교회가 작성한 대표적인 신앙 고백으로, 그리스도인의 구원 여정을 비참 → 구원 → 감사의 구조로 풀어낸다. 이 세 부분은 단순한 교리적 체계가 아닌, 한 인간이 복음과의 인격적인 만남 속에서 경험하는 구속사의 여정이기도 하다. 바르트는 이 문답서의 각 문항을 섬세하게 해석하며, 그것이 단지 16세기 신학적 산물이 아니라 모든 시대의 고난과 혼란 속에서 여전히 유효한 '살아 있는 말'임을 보여준다.
그에게 신앙문답은 단지 과거의 교리를 반복하는 작업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 오늘 그리스도인에게 어떻게 위로와 방향이 되는가를 성찰하는 '공적 증언'이다. 실제로 <하이델베르크 신앙문답 해설>은 1946년, 제2차 세계대전의 상처가 가시기도 전, 독일 교회를 향해 복음의 본질을 다시 일깨우기 위해 시작된 강연의 기록이다. 이 강연은 바르트 자신의 고백이자, 시대를 향한 신학적 예언이며, 모든 시대의 교회를 향한 묵직한 질문이기도 하다.
교리를 넘어선 '신앙문답', 살아 있는 위로의 언어
역자는 이 책의 제목을 '교리문답'이 아닌 '신앙문답'으로 번역했다. 이는 단순한 번역상의 선택이 아니라, 하이델베르크 문답서의 존재 방식과 언어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에서 비롯된 결정이다. 이 문답서에서 교회의 말은 단순한 논리적 해설이나 개념 설명이 아니라, 절망 가운데 있는 영혼을 향한 살아 있는 배려의 말이다. 그것은 곧 교회가 시대마다 선포한 위로의 언어이자, 복음의 핵심을 드러내는 생명의 말이다.
칼 바르트는 신앙의 본질을 이렇게 요약한다. "하나님의 정상성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행하신 자유로운 은혜 가운데 존재한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단지 교리의 내용을 전달하지 않는다. 오히려 각 문항을 통해 하나님이 인간을 어떻게 대하시는지를,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 신앙이 어떻게 삶을 이끌고 변혁시키는가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신앙과 삶, 신학과 현실을 통합하는 영적 여정
<칼 바르트의 하이델베르크 신앙문답 해설>은 다음과 같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신학을 공부하고자 하지만 복잡한 이론에 앞서 신앙의 본질을 먼저 붙들고 싶은 이들, 신앙과 삶이 따로 노는 것처럼 느껴져 신앙의 통합적 의미를 고민하는 그리스도인, 시대의 불안과 고통 속에서 교회가 어떤 말과 증언으로 살아야 하는지 공적 신앙의 언어를 찾는 목회자. 복음의 참된 위로를 삶 속에서 다시 경험하고자 하는 모든 독자들.
이 책은 단순한 역사적 텍스트가 아니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신앙을 단지 '안다고 고백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임을 깊이 깨닫게 된다. 특히 오늘날처럼 믿음의 말과 실제 삶의 간극이 커져 가는 시대에, 바르트의 이 신앙문답 해설은 참된 신학이 삶 속에서 어떻게 뿌리내릴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전범이 된다.
불안한 시대를 걷는 이들에게
믿음은 때로는 질문으로, 때로는 고백으로, 때로는 침묵 속에서 자란다. 칼 바르트는 <하이델베르크 신앙문답 해설>을 통해 고백의 전통을 되살리고, 이를 오늘의 언어로 다시 살아 있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독자들은 "살든지 죽든지, 나는 나의 것이 아니요, 나의 신실한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것입니다"라는 문답 속 고백이 여전히 유효하며, 여전히 능력 있는 말임을 확인하게 된다.
믿음을 다시 붙들고자 하는 이들, 그리고 세상의 혼란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신앙의 위로를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신학과 묵상, 고백과 질문이 하나로 이어진 깊은 영적 동반자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