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교회는 여전히 세상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교회는 과연 예수의 복음을 드러내는 공동체로 남아 있는가? 성적 학대와 권력 남용, 조직 보호에 급급한 폐쇄성 등 수많은 스캔들 속에서 신앙인들은 오늘날 교회가 본래의 존재 이유를 상실한 것은 아닌지 자문하게 된다. 이러한 치열한 물음에 응답하듯 출간된 책이 있다. 미국 복음주의권의 저명한 신학자 스캇 맥나이트와 교육자인 로라 배린저가 공동 집필한 <토브처치>이다.
<토브 처치>는 단순한 교회 개혁론이나 내부 비판서가 아니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문화'에 주목한다. 저자들은 현대 교회의 병리적 구조가 개인의 일탈이나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 "유해한 문화가 구조화되어 만들어낸 반복적 결과"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유해한 문화를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성경이 말하는 '토브(טוֹב)', 곧 '선함'의 문화로의 전환을 제안한다.
'토브'(Tov), 히브리어로 '선하다'는 말
'토브'란 히브리어로 '좋은', '선한', '바람직한'이라는 뜻이다. 창세기에서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선언하실 때 그 '좋음'이 바로 토브다. 맥나이트 부녀는 오늘날 교회가 회복해야 할 중심 가치가 바로 이 '토브'에 있다고 말한다. 교회는 단순히 조직을 유지하고 외형을 확장하는 기관이 아니라, 사람을 회복시키고, 진실을 말하며, 정의를 행하고, 섬김의 삶을 살아가는 문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의 핵심 개념 중 하나는 '토브 써클(Tov Circle)'이다. 이는 선한 교회 문화를 구성하는 7가지 토브의 요소를 말한다. ▲공감(Empathy), ▲은혜(Grace), ▲사람 우선(Putting People First), ▲진실(Truth), ▲정의(Justice), ▲섬김(Service), ▲예수 닮기(Imitating Christ)다. 저자들은 이러한 토브 써클의 가치들이 교회 안에 뿌리내릴 때, 교회는 비로소 병든 구조에서 벗어나 진정한 치유 공동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모든 교회는 문화다"
그렇다면 토브 문화는 어떻게 가능할까? 저자들은 단호히 말한다. "문화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토브는 저절로 주어지지 않으며, 반대로 유해한 문화도 자연발생적인 것이 아니다. 많은 교회가 스캔들이 터졌을 때 이를 '개인의 일탈'이나 '예외적 사건'으로 축소하려 하지만, <토브 처치>는 그 이면에 조직과 리더를 우선 보호하고, 비판을 회피하며, 진실보다 명성을 중시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음을 밝힌다.
책은 현대 교회가 흔히 빠지는 함정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설교 중심주의", "목사의 셀럽화", "비즈니스화된 목회 리더십", "능력주의와 업적 중심의 사고방식" 등이 그것이다. 저자들은 목회자가 자신을 설교자나 리더로만 인식하는 순간, 성경적 목양은 사라지고 조직의 효율성만 남게 된다고 경고한다.
위기의 한국 교회, 이 책이 주는 도전
<토브 처치>가 말하는 '선한 교회'는 이상적이고 낭만적인 환상이 아니다. 그것은 리더와 교인 모두가 고통과 상처, 침묵과 은폐의 역사에 정직하게 마주하고, 진실을 말하고, 정의를 선택하는 일상의 행위들을 통해 형성되는 문화적 공동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사람이 우선이며, 회복이 우선이고, 공감과 섬김이 우선이다.
오늘날 한국 교회 역시 동일한 질문 앞에 서 있다. 교회는 여전히 희망인가? 복음의 공동체는 지금도 사람을 품고 있는가? 이 책은 교회를 향한 외부의 비판이나 반기독교 정서를 부정하거나 방어하는 대신, 교회 내부의 성찰과 변화를 위한 용기 있는 고백과 실천을 촉구한다. 진실을 말하는 것이 곧 우리의 정체성이라는 말처럼, 교회가 교회다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토브의 문화를 회복하는 것이다.
<토브 처치>는 교회가 교회다워지기를 포기하지 않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간절한 외침이다. 이 책은 단지 병든 교회를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선한 뜻을 함께 회복하자는 실천의 안내서다. 오늘도 여전히 교회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교회가 여전히 희망이 되기를 소망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깊은 통찰과 더불어 단단한 위로와 용기를 전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