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사건의 5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선을 불과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진행된 이번 공판에서도 그는 언론의 질문에 일절 응하지 않으며 침묵으로 일관했다.

26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의 다섯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공판은 오전 10시 15분, 서울중앙지법 청사 서관 417호 대법정에서 열렸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 시작 15분 전인 오전 9시 59분경 법원에 도착했다. 그는 지난 공판들과 마찬가지로 일반 피고인과 동일한 절차를 따라 청사 서관 1층 출입구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은 어두운 색 양복에 붉은 넥타이, 2대8로 단정히 넘긴 가르마 헤어스타일로 등장했다.

그의 출석을 기다리던 취재진은 "대선을 앞두고 국민께 하실 말씀이 없느냐", "불법 계엄에 대한 사과 의향은 없느냐", "검찰의 비화폰 서버 압수수색 영장 요청에 대한 입장은 무엇이냐" 등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지만, 윤 전 대통령은 굳은 표정을 유지한 채 아무런 답도 하지 않고 법정 안으로 향했다.

포토라인에서의 발언 여부가 주목됐던 만큼, 이날 그의 침묵은 더욱 눈길을 끌었다.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 정치 행보를 재개하며 국민적 관심을 받아온 윤 전 대통령은 이번에도 입을 굳게 다물며 법정 출석만으로 대응을 대신했다.

이번 재판에서는 검찰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쟁점 중 하나인 '비화폰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발부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검찰은 지난 23일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하며 윤 전 대통령과 관계자들이 사용한 비화폰 서버를 확보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현재 이 의견서를 검토 중이며, 향후 압수수색 영장 발부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재판에서는 특수전사령부 제1공수여단장이었던 이상현 전 지휘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 재임 중 계엄령 발동과 관련한 군부 내 논의에 개입했는지를 둘러싼 핵심 증인 중 한 명으로, 그의 증언이 재판의 향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공판은 내란 혐의 등 중대한 사안이 도마 위에 올라 있는 가운데 대선 정국과 맞물리며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대선을 불과 7일 앞둔 상황에서 윤 전 대통령의 법정 출석과 관련한 정치적 파장도 커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